매년 되풀이되는 '자녀 살인' 30여건…두손 놓은 '가중처벌'

입력 2018-05-05 07:11  

매년 되풀이되는 '자녀 살인' 30여건…두손 놓은 '가중처벌'
가중처벌하는 '존속살해'와 달리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죄로 처벌
제대로 된 통계 없어…"쉽게 제압당해 살해" 부모폭력 심각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 고모(36)씨는 지난해 4살 난 친딸 준희 양의 발목과 등을 수차례 밟아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학대한 끝에 숨지게 했다. 그는 내연녀의 모친과 함께 준희 양의 시신을 아버지 묘소 옆에 암매장했다. 고 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 신모(40) 씨는 7살 난 아들 원영이가 계모 김모(40)씨로부터 상습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도 묵인했다. 김 씨가 2016년 1월 부부싸움을 한 화풀이로 원영이에게 세제를 끼얹어 화상을 입히자 신씨는 아들을 구하는 대신 찬물을 퍼붓고 그대로 화장실에 방치했다. 신 씨는 살인죄 등으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른바 '준희 양 사건'과 '원영이 사건'으로 알려진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충격과 공분을 일으켰다. 두 사건은 부모가 자녀를 숨지게 한 공통점이 있지만, 별도의 가중처벌 없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과 형법상 살인죄만 적용돼 논란을 낳았다.
폭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부모에 의해 폭행당하거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녀에 대한 강력범죄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실제 사회적 논의는 답보 상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250조 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1항은 살인죄, 2항은 존속살해죄에 해당한다.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강력범죄에 대해 존속(尊屬)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이는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려는 취지다.
반면 자녀, 즉 비속(卑屬)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범행을 가볍게 처벌하는 조항이다. 영아살해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로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일반 살인죄보다 가볍고, 영아유기죄의 최고 법정형도 징역 2년으로 일반 유기죄의 징역 3년보다 덜하다.
자녀 살해는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뤄지고, 이 때문에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의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영아를 살해하는 사건은 2016년 8건, 2017년 9건 등이 발생했으나 갓 태어난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만 포함돼 자녀를 상대로 한 범죄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
다만 과학수사 전담 경찰관이 수년 전 낸 논문에서 대략의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는 2014년 발표한 논문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서 2006∼2013년 총 7년 3개월 동안 발생한 국내 살인사건 중 경찰청 전산망(SCAS)에 입력된 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거의 매년 30∼39건의 자녀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공분을 부르는 자녀 살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중처벌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내놓지만, 법안 통과는 여전히 요원하다.
정 박사는 논문에서 "자식살해 사건에서 어린 자식은 쉽게 제압당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방식이 주로 사용돼 최소시간 내 숨지게 하는 방법이 사용됐다"며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부모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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