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의 기적' 재현 무산됐지만…코리아팀 '잘 싸웠다'

입력 2018-05-04 21:29  

'지바의 기적' 재현 무산됐지만…코리아팀 '잘 싸웠다'
27년 만의 남북 단일팀, 세계선수권 4강서 일본에 0-3 완패
2단식 나선 북한 김송이,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와 끈질긴 승부
싸우지 않고 남북이 단체전 동메달 합창…모두가 '승리자'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지바의 기적' 재현에는 실패했지만 한민족의 뜨거운 동포애를 확인한 단일팀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의 단일팀을 이룬 남북 여자탁구 선수들이 4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연합군을 이뤄 일본과 맞섰으나 아쉬운 0-3 패배로 한일전 4강 대결은 끝이 났다.
KOREA(코리아)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해 27년 만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했어도 남북 자매의 우애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아울러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를 타는 남북 체육 교류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값진 성과도 이뤄냈다.
탁구는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추진 중인 남북 단일팀 구성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멤버였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이 관중석에서 단일팀의 경기를 관전했다.
세계선수권 기간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주선으로 8강전 맞대결 대신 단일팀을 선택한 남북은 경기 시작 전 긴장된 분위기에서도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벤치에 원래 단체전 멤버인 5명밖에 못 앉지만 ITTF의 배려로 남북 선수가 모두 착석해 경기에 나선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양하은(대한항공), 북한의 김송이를 응원했다. 남북 선수들이 교차로 섞어 앉아 단일팀 자매의 우애를 보여줬다.
4강 상대는 세계 팀랭킹 2위의 일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눌렸던 일본은 10대 선수들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훈련하면서 중국을 위협하는 '세계 2강'으로 성장했다.
이날 단일팀과 대결에 나선 일본의 에이스 이시카와 카스미(세계 3위)와 히라노 미우(6위), 이토 미마(7위) 모두 세계 톱10에 드는 정상급 선수들로 단일팀의 전지희(35위), 양하은(27위), 김송이(49위)를 압도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될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단일팀이 일본에 한 수 아래였다.
또 단일팀이 이틀 전 결정됐을 만큼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시간 부족했다.
경기에 들어서자 경기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단일팀의 에이스 전지희는 예선 8경기 연속 승리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줬지만 1단식에서 만난 이토의 날카로운 백핸드 드라이브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귀화 후 7년 경과 규정을 채우고 족쇄가 풀려 이번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전지희는 에이스로서의 부담과 첫 대회의 긴장감 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1단식에서 이토에게 0-3 패배를 당했다.
2단식에 나선 북한의 김송이가 힘을 냈다.
상대는 올해 독일오픈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하는 세계 3위인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였음에도 김송이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첫 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를 따내고 여세를 몰아 3세트까지 가져와 세트 스코어 2-1을 만들었다. 그러나 관록을 자랑하는 이시카와는 승부를 최종 5세트로 몰고 간 뒤 결국 3-2 승리를 가져갔다. 김송이가 2단식을 가져왔다는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지만 5세트 듀스 접전에서 패한 게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를 꺾고 동메달을 딴 '녹색테이블 반란'의 주인공답게 이시카와에게 밀리지 않는 끈질긴 승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3단식에 나선 양하은도 속사포 공격을 펼치는 히라노를 맞아 3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결국 세트 스코어 1-3으로 끝났다.
단일팀은 일본의 벽에 막혀 결승까지 올라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지바의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서 응원을 보내준 남북 선수단에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전했다.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지만 남북의 끈끈한 동포애를 확인한 건 큰 수확이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 3명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9명이 모두 남북이 합작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다. 단체전은 3-4위전 없이 4강에 오른 두 팀에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남측의 안재형 감독과 북측의 김진명 감독도 경기 중 남북 선수를 구분하지 않고 작전 지시를 내리는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일본이 기술과 경기 운영에서 모두 단일팀을 압도했다"면서 "단일팀이 일본의 빠르고 강한 공격을 이겨내려면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논의가 있는 만큼 추진한다면 최대한 빨리 훈련 일정과 선발 방법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단일팀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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