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막혀 검찰 문턱 못넘은 조현민 영장…경찰 수사 난항

입력 2018-05-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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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 막혀 검찰 문턱 못넘은 조현민 영장…경찰 수사 난항
檢 "피해자가 폭행 처벌 원치 않고 업무방해는 법리 다툼 여지"
추가수사 통해 특수폭행·업무방해 개연성 소명하기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이른바 '물벼락 갑질'과 관련해 경찰이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에게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면서 경찰 수사가 난항에 빠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신영식 부장검사)는 4일 오후 크게 4가지 판단을 들어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 폭행 부분은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기소할 수 없고 ▲ 조 전 전무의 행위에 법리상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 업무방해 혐의는 (법리상) 다툼의 소지가 있고 ▲ 그 외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유를 제시했다.
우선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조 전 전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폭행죄는 형법상 피의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기소)할 수 없는 범죄다. 이를 반의사불벌죄라 부른다.
검찰에 따르면 폭행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1명은 이날 영장이 신청된 이후 검찰에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추가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1명의 피해자는 전날까지도 경찰에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가장 큰 부분으로 봤던 폭행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게 되면서 남은 부분은 업무방해 및 특수폭행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아닌지다.
그러나 특수폭행 혐의는 성립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도 여러 증거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보고 이날 영장 신청 때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특수폭행은 법이 정한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폭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된다.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어도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와 참고인, 조 전 전무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조 전 전무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이 조 전 전무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상 이들의 증언 등을 통해 특수폭행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남은 혐의인 업무방해 혐의도 입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업무방해 부분은 피의자가 광고주로서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등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물컵을 던지거나 종이컵을 밀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자신에게 회의를 중단시킬 만한 정도의 권한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권한 행사이므로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결국, 향후 경찰은 조 전 전무가 당일 회의를 중단시키고, 유리컵을 던지는 등의 위압적 행위를 한 것이 사회 상규나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력' 행사이며 이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경찰은 영장 기각 이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폭행 피해자 가운데 남은 1명이 추가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무방해 법리 보강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충실히 보강 수사해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보강 수사 후 검찰 송치를 언급한 점에서 구속영장 재신청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전 전무의 변호는 법무법인 율촌 박은재 변호사 등이 맡았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를 수사할 때 박 변호사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함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경찰은 당시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두 차례 영장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결국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딸인 조 전 전무 수사에서도 검찰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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