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협의가 최대 성과"…11월 中수입박람회 때까지 협상 이어질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4일 끝낸 무역 담판에서 갈등 해소에 실패한 것은 미국 대표단 내부의 이견과 중국 협상팀의 경험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를 위시한 중국 관리들과 무역갈등 해법을 논의했으나 일부 영역에서만 합의를 이뤘을 뿐 여전히 큰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이 일부 단기적인 양보 조치로 미국과 합의에 이르게 되면 6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일정 기간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앞으로도 계속 협상을 통해 문제 해법을 찾기로 한 것 외에 무역갈등 현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타협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유콘 황(黃育川)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은 합의 실패에 대해 "담판에 참여한 미국 대표단은 이념적 측면에서 혼재된 집단으로 미중관계의 실질적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은 므누신 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 대사 등 대중 유화파와 함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강경파들로 구성돼 있다.
황 연구원은 "이들 6명은 중국 문제와 무역전쟁에 대한 관점이 달랐다"며 "이들 일부가 추구한 목표가 미국 기업들이 원했던 내용이나, 중국이 양보하려 했던 사안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팀은 경험부족을 노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측이 통상협상 경험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미국 대표팀 전언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중국의 당정기구 개편과 함께 새롭게 구성된 이번 무역협상팀 팀원들이 깊은 경제금융 지식은 갖추고 있었지만, 국제 무역법규에 그렇게 익숙한 편이 아니었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 협상팀에 상무부 출신 인력이 많지 않았고 상당수가 경제학자나 금융 전문가들로, 실무 통상경험이 부족해 양측이 공통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결국, 대내외적 압박에 자신감이 없었던 중국 협상팀은 손쉬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협상 직전 중국의 한 정부 관리는 '국가이익 수호'를 주창하며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제안한 첨단 제조업 육성 계획 포기, 무역적자 규모의 1천억 달러 축소 등 양대 선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는 앞으로 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데 있다는 해석도 있다.
황젠중(黃建忠)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무역학원 원장은 "이번 협상은 이견이 주도했지만, 중국이 농산물 수입, 관세 인하, 금융 개방 측면에서 모두 여지가 많은 만큼 다음 협상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특히 미중 양국이 '긴밀한 협의소통 기제'를 마련하기로 한데 주목하고 이는 무역전쟁이 실제 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무역 담판은 류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으로 가서 협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하며, 외교상 방문교류와 달리 경제통상 문제는 단 한 번에 합의가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오는 11월 상하이에서 첫 국제 수입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여기에 미국의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까지 미국과 중국은 계속 소규모로, 부정기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최소 한차례 이상 대규모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을 공산이 크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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