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중 숨 가쁜 외교전…북미정상회담 향한 의제 조율 박차

입력 2018-05-05 12:20  

남북미중 숨 가쁜 외교전…북미정상회담 향한 의제 조율 박차
한미정상,비핵화·평화체제 밑그림…中, 패싱우려 발걸음 분주
김정은, 문대통령과 소통하며 전향적 모습 지속해 보일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외교전이 숨 가쁘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의 '대담판'을 앞두고 차후 '빅뱅'에 대비한 교두보 확보전이 치열하다.
이런 역동적인 국면에 남북한이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어 보인다.
우선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지지를 끌어냈다.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도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가운데 그에 조응한 북한 안전보장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일본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여러 채널로 중국과 긴밀한 논의를 하는 등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북미중의 숨 가쁜 외교전에선 '본게임'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달 9일 도쿄(東京)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3국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며, 3국 간 공동선언문은 물론 그와는 별도로 남북회담을 지지하는 특별성명 채택도 추진중이다.
문 대통령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곧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의 추동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결을 달리해온 중국과 일본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북미정상회담 전 외교 노력의 클라이맥스는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여러 루트로 북한과 의제 조율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제시할 카드를 막판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판문점 선언에 문서화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전달받고, 대응 방안을 한미 양국 간에 최종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정상은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재집권할지가 정해질 2020년 미 대선까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핵폐기 일괄타결, 짧은 기간 내 빠른 이행이 특징인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전에는 보상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선호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분명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조율될지가 주목된다.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담으면서도 북한이 수용하는 쪽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과정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의 과정에 어떻게 배열하고 각 선언과 협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 한미 간에 합의된 방안이 모습을 드러낼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중국의 외교적 행보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판문점 선언에 '연내 종전선언'과 그와 관련해 3자 또는 4자 회담이 명시되자 자칫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중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사실 한반도에서의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할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할 명분은 그다지 크지 않다. 북한은 물론 한국, 미국과도 수교를 맺은 중국은 적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못하면, 차후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도 발언권이 약화할 우려가 있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듯하다.
중국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북한에 급파해 3일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고, 당일 "중국은 한반도 종전과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그 다음 날인 4일 문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하고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우려를 참작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종전선언 당사국 논쟁에는 중국의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북미 양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어 보인다. 북한으로선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기는 하지만 만약에 있을 지도 모를 중국의 간섭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고, 패권을 다투는 미국은 종전선언에 중국 끼워 넣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숨 가쁜 관련국들의 외교전 속에서 정부는, 여러 루트로 북한과 관련 상황을 공유하면서 필요한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대를 쥔 입장인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더 필요해지는 형국이다.
남북 간에는 이달 중순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교류 등과 관련된 현안 이외에도 비핵화나 평화체제에 관련된 문제를 북측에 설명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한미 간 논의 내용을 전달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 간에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이며,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그 이후 외교전에서도 지속해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22일 한미정상회담 개최 결정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은 5월 말 또는 6월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6월초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그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G7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를 받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j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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