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배우 김민재(22)는 원래 가수를 꿈꿨다. 힙합과 춤을 좋아해 17살 때부터 4년 동안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러나 연습생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두 마디뿐이었어요.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자유가 없었죠."
그러다 우연히 연기수업을 듣고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연기를 하면서는 화도 내고, 울 수도 있었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감정으로 표현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재는 "가수의 길을 걷다가 배우가 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결정은 조금씩 빛을 보는 중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고려시대 왕, '낭만닥터 김사부'의 간호사 역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고, 드라마 '최고의 한방', '위대한 유혹자'에서는 비중 있는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김민재는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로 스크린에 처음 도전했다. 아버지 귀보(유해진)와 단둘이 사는 레슬링 유망주 성웅 역을 맡았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훈련에 매진하는 착한 아들이지만,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자신이 아닌 귀보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성웅의 마음은 실제 저와 비슷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일을 시작했고, 부모님은 저를 항상 지켜봐 주시고 잘 챙겨주셨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모님께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는 레슬링 유망주 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한 달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악착같이 레슬링 기술을 익히고, 몸을 만들었다.
"매일 3시간이 넘는 혹독한 훈련을 했습니다. 영상을 보며 선수들의 걸음걸이나 제스처 등을 따라 하기도 했고요. 하루에 햄버거를 2∼3개씩 먹어가며 몸무게도 5㎏ 정도 늘렸습니다. 짧은 시간에 살을 찌우려 하다 보니 위가 많이 망가졌어요."
김민재는 최근 국내 개봉한 인도 레슬링 영화 '당갈'도 일부러 찾아봤다고 했다. "'당갈'의 주인공들보다 레슬링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하우가 없다 보니 연기가 아니라 진짜 레슬링을 해야 했죠."
그는 극 중 경기 장면을 모두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부상도 많았다. 마지막 경기 장면은 진통제를 먹으면서 촬영해야 할 정도였다.
김민재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내딛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유해진 선배님과 연기할 때 정말 감정이 와 닿았어요. 실제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고…. 모든 장면에서 감정이 느껴진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는 또래 배우인 여진구(21)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둘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다. "학교 다닐 때 진구랑 수업도 같이 들었어요. 막상 둘이 함께 있으면 '다르게 생겼다'고 말들 해요. 목소리 톤도 진구가 훨씬 더 낮고요. (목소리 톤이) 지하 300층쯤 될 걸요."
김민재는 최근 끝난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서 금수저 악동 역을 맡았다.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아직 어떤 연기자가 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의 최종 목표는 한가지예요. 다양한 경험을 해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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