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백령도 주민들, 고충 토로하며 기대감…장관들 "몇 번이라도 오겠다"
남북 정상 '서해 NLL 평화지대화' 합의 이후 남측 첫 조치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국방·통일·외교·해양수산부 4개 부처 장관이 5일 한꺼번에 연평도와 백령도를 찾아 남북 정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지대화 합의와 관련한 주민의 의견을 들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주민들은 불안과 규제 속에 사는 고충을 토로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조업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고 장관들도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귀를 기울였다.
50여분간 진행된 연평도 간담회에서는 성도경 선주협회장이 "연평도 주민들은 전쟁 이후, 2번 연평해전과 피폭으로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산다"며 "야간조업, 유사시 사격훈련 통제 등 많은 규제를 받았다. 규제 완화해주시고 어민들이 힘든 점을 반영해 정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박태원 어촌계장은 "군사적 문제만큼은 남북이 모두 절대 무력행위를 안 한다는 전제가 붙고 그다음에 NLL이든 공동해역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송영무 국방장관도 "정부 입장이 딱 그렇다. 대통령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민 쪽에서는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밟아야 할 단계, 정치적·군사적 문제를 밟아야 어민들이 안전히 작업할 수 있다"며 "장기적 계획을 위해서는 선행 과정이 먼저"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명균 장관은 "장관 4명이 직접 어민들 말씀을 들으러 온 게 과거랑 달라진 것이라고 보시고 북이라는 상대가 있고 단계가 있으니 차분히 소통해가면서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주민 측에서 "한 번 더 오셔야겠다"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오자 조 장관은 "몇 번이라도 오겠다"고 화답했다. 주민들은 "세상 바뀐 게 실감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영무 장관 등은 연평도에 이어 백령도로 향해 20여 명의 주민들과 40여 분간 간담회를 했다.
장태헌 선주협회장은 "야간항행 금지하고 야간어로를 통제한 것은 서해5도 어민들이 하루를 12시간만 살았다는 의미이고 그것이 45년"이라며 "지금까지 소외되고 제한된 삶 속에서 산 서해5도 어민들에게 45년의 혜택을 배려해주시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서해 5도 어민만 이용할 수 있는 어장 확보와 육지와 연결하는 여객선 항로 단축 등을 요청했다.
연평도 간담회에서 거론된 중국 어선 불법조업 문제도 나왔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근본적인 해결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남북이 자유롭게 어업활동하면 중국은 물론 제3국 선박이 안 올 수 있게 되겠지만, 그 전에는 중국에 불법어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무 장관은 "NLL 문제는 남북 긴장만 해소되면 중국, 여객선, 어로, 항공기 등 다 자연히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70여 년을 고생하신 서해5도 주민들이 가장 먼저 혜택 보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고 정부는 이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북과 협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영무 장관 등의 연평도·백령도 방문은 남북 정상이 지난달 27일 서해 NLL 평화지대화에 합의한 뒤 이뤄진 남측의 첫 조치다. NLL평화지대화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남북 군사당국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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