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스스로 결정…의료진 "집에서 삶 마칠 수 있어야" 호주 비판
스위스, 14만명 회원으로 둔 안락사 기관 있어…평균 70세 이상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최근 안락사(조력자살) 논란을 재점화시킨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104세)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스스로 삶을 마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생태학자인 구달은 최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는 않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 같다며 지금 나이에 이르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일 호주 퍼스에서 출발한 구달 박사는 프랑스로 간 뒤 10일 스위스로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그가 프랑스에서 아들과 만난 뒤 친구와 함께 안락사를 돕는 기관이 있는 스위스 바젤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락사를 돕는 이터널 스피릿의 뤼디 하베거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불치병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노인이 스위스까지 먼 길을 와야 한다"며 "그가 집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호주 정부를 비판했다.
호주 역시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만 지난해 안락사를 합법화했지만, 불치병에 걸린 상황에서 6개월 미만의 시한부 선고가 내려져야 허용된다.
반면 스위스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상당 기간 의향을 내비쳐왔다면 안락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베거는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 와서 이유는 묻지 말라며 조력자살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고 의사들도 망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80여명이 이터널 스피릿을 찾는데 고령이고 아픈 데다 심각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던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72세였다. 가장 젊은 사람이 32세, 최고령자가 99세였다.
이터널 스피릿은 모든 국가가 스위스처럼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매년 회원비를 내는 내국인을 상대로 안락사를 돕는 곳도 있다. '엑시트'라는 곳에는 14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터널 스피릿은 외국인도 받아들이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따로 회원비가 없어 비용이 매우 비싼 편이다.
구달 박사도 모금 운동을 시작해 2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안락사를 택한 사람들은 동물 안락사에도 쓰이는 진정제를 마시게 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터널 스피릿측은 정맥 주사를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사기에 연결된 밸브를 여는 것은 환자가 스스로 하게 되며, 밸브를 열 때까지만 영상으로 촬영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증거 자료를 남긴다.
하베거는 "밸브를 열고 나면 우리는 카메라를 닫는다. 나머지 과정은 매우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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