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트·베츠, 팀 승리에 직결되는 '득점' 중시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인 야구엔 선수를 평가하는 여러 지표가 있다.
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세계 최고 선수들의 무대인 미국프로야구(MLB)를 지배한 이래 기록 항목은 더욱 복잡해졌다.
세이버메트릭스에 열광하는 팬들은 야구를 철저하게 쪼개 분석한 풍부한 기록을 선호한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 출신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들은 세이버메트릭스의 신봉자를 자처한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나 감독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을 지나치게 컴퓨터 게임처럼 분석한다는 이유에서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전하는 MLB닷컴은 8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서 흥미로운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선수들이 가중치를 두는 기록 지표를 타자 35명, 투수 35명에게 물어 그 결과를 득표수와 함께 실었다.
선수들은 타율, 평균자책점과 같은 전통 지표와 OPS(출루율+장타율),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따위의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모두 중시했다.
먼저 타자 부문에선 OPS가 10표로 최다득표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중견수 찰리 블랙먼은 "출루와 장타에 모두 능한 타자라면 엄청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평했다.
OPS가 몸값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란 사실을 타자들이 체득한 셈이다.
출루율(OBP)이 6표를 받아 2위에 자리했다.
'출루 기계'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서 1억3천만 달러(1천400억1천만원)라는 잭폿을 터뜨릴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출루율이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1루수 욘데르 알론소는 "누상에 있다는 얘기는 타선이 작동 중이라는 뜻"이라고 출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구란 점수를 내서 이겨야 하는 종목'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에 따라 득점력을 중시하는 선수들은 타점(5표)에 가중치를 뒀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13개), 타격 1위(0.355)를 달리는 무키 베츠(보스턴 레드삭스)와 만 25세에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두 번이나 차지한 마이크 트라우트(27·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득점(4표)을 중시했다.
이들은 팀 승리를 위해선 득점만큼 중요한 항목이 없다는 아주 단순 명료한 진리를 역설한다.
베츠는 톱타자, 트라우트는 2번 타자로 둘은 '테이블 세터'이자 해결사로 맹활약 중이다.
투수들은 투구 이닝 또는 등판 횟수(10표)를 높게 쳤다.
클리블랜드 에이스 코리 클루버는 "선발 등판 횟수 또는 투구 이닝은 투수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투구 이닝을 스스로 완벽하게 제어할 순 없더라도 한 시즌 전체로 본다면 아마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레이스에서 투구 이닝과 등판 경기 수처럼 꾸준함을 보여주는 척도가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투수들이 많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구원 투수 윌 해리스는 "구원 투수로서 한 시즌에 70경기에 등판한다면, 이는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걸 뜻한다"고 역설했다.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나란히 7표씩 받아 2위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알렉스 우드는 "평균자책점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이를 살피지 않을 순 없다"면서 "조정 평균자책점(ERA+·구장, 리그 투타 성적 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 WHIP,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와 같은 수치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난 평균자책점을 택하겠다"고 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구원 라이언 테페라는 평균자책점이 선발 투수보다 적은 이닝을 던질 수밖에 없는 구원 투수들에겐 불리한 지표라면서 WHIP이 조금 더 정확한 지표라고 평했다.
삼진과 볼넷 비율(3표), 승계 주자 득점 허용률·홀드(이상 2표)도 복수의 표를 받았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