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뿐 아니라 컴퓨터가 해야 할 일 자문해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해야만 하는 일을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7일 연례개발자 콘퍼런스인 '빌드 2018' 기조연설에서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디지털 사생활 보호 등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IT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서는 안 되며, 책임과 윤리의식을 갖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 대량유출 사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나델라 CEO는 정보 수집 전 이용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한 유럽연합(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약(GDPR)'에 대해 "좋은 규제"라고도 했다. 다수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GDPR에 대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그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내의 AI 윤리팀을 언급하면서 "코드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우리가 한 선택이 미래를 위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좋은 AI'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델라 CEO의 이런 발언은 IT 거인들의 다른 비즈니스 모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무한 경쟁 등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파문 이후 기술 대기업 간에 묘한 대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팀 쿡 애플 CEO에 이어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자신의 회사를 사생활 보호의 보루로 묘사하면서 구글·페이스북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타깃 광고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구글·페이스북과는 달리 하드웨어나 OS를 제공하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델라 CEO는 또 CBS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아마존은 거래를 조작하는 데 있어서 환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의 경우 웹사이트나 앱을 운영하기 위해 구글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또 구글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돈을 이중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고, 아마존에 대해서는 '홀푸드' 인수를 지적하면서 "경쟁 소매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AWS(아마존 웹서비스)의 고객이 되는 경우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마존을 신뢰할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나델라 CEO는 매우 신중한 사람이며, 다른 회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적이 거의 없다"면서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 구글과의 경쟁이 어느 정도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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