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기형 어린이 300명 무료수술…현지 의사에겐 수술기법 전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홍인표(63) 을지대학교병원장은 오는 16∼19일 베트남 빈시티 응에안 소아병원으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선천성 얼굴기형 어린이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무료 수술과 함께 현지 의사들에게 수술 기법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홍 원장의 해외 봉사는 15년째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어버이날인 8일에도 오전부터 수술실로 향하는 홍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봉사 현장에서는 어떤 아이를 만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벌써 날짜를 꼽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하는 셋째 아들(27)과의 동행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하게 돼 가슴이 무척 따뜻해 오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15년간 아버지의 해외 봉사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 수술 보조를 하면서 눈으로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아주 궁금하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번에 아들과 전공의 4년 차인 김재희(30) 씨와 손발을 맞춰 10명의 베트남 아이를 수술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대전시의사회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같은 병원을 찾아 5명의 어린이에게 꿈을 선물했다.
"올해 봉사가 끝나면 내년에는 베트남의 다른 도시나 다른 국가를 찾아 얼굴기형 어린이 수술을 해주면서 기법을 전수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아들이 원한다면 함께 해외 의료봉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충남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85년 국립중앙의료원 성형외과 전문의로 시작해 30년간 근무하고 2015년 을지대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병원장에 올랐다.
선천성 얼굴기형 수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82년 농어촌 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무의촌이었던 면 소재지에서 공중보건의 1기 의사로 배치돼 근무하면서부터다. 당시 의대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자 즉, 선천적으로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채로 태어난 일명 언청이 아이들을 본 것이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법을 찾던 중 1984년 국립중앙의료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 수련 중인 선배를 만났고, 이듬해 이를 해결해보자고 마음먹고 국립중앙의료원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1998년까지 3천여 명의 어린이를 수술했다.
"수술해준 많은 어린이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경제가 발전해 삶의 질과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우리나라는 언청이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급감했죠. 그래서 중국으로 눈을 돌렸어요."
그는 2003년 중국 선양의 구강병원에서 25명의 어린이를 수술한 것을 시작으로 몽골 아르항가이와 울란바토르, 라오스 비엔티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피지 라키라키 등 6개국 8개 병원에서 300여 명의 선천성 얼굴기형 어린이를 무료로 수술했다. 그때마다 방문국 의료진을 참여시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수술 기법도 전수했다.
홍 원장은 한 병원을 2년간 찾는다. 첫해에는 수술하면서 의료진에게 기법을 가르치고, 다음 해에는 수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부모를 만나 향후 조치에 대해 설명한다. 의료진이 전수한 기법을 잘 활용해 수술하는지도 점검한다.
"매년 와서 수술해줄 수는 없잖아요. 그 병원에 의료 전문가를 양성해 그들이 자국 어린이를 체계적으로 수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여전히 수술이 미숙하면 의료진을 국내로 초청해 유학도 시킵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공직의사 봉사상'(2012년)을, '한미 참의료인상'(2013년) 등을 수상했다.
대한공공의학회 고문인 홍 원장은 현재 한국다문화연대 명예 이사장,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 대한사립병원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의료전문위원회 전문위원, 대한의사협회 정책자문단 위원 등을 역임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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