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에 '가교' 구실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던 사실에 체육인으로 자부심 느껴"
(영종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북 단일팀 구성 추진에서 우리 선수들의 동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8강 남북대결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선수들이 흔쾌하게 허락해줬습니다. 27년 만의 남북 단일팀이라는 역사적 현장에 있었던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선수단장으로 스웨덴 할름스타드를 참가했다가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데 견인차 구실을 한 뒤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승민 선수위원은 지난 3일 스웨덴 현지에서 국제탁구연맹(ITTF) 재단 창립 기념식 행사에서 남북 여자 선수가 복식 경기에서 한 조를 이뤄 경기하는 '미니 단일팀' 이벤트를 주도했다.
이어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남북이 맞붙게 되자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 없이 준결승 진출로 동반 동메달 획득을 끌어냈다.
남북 출전 엔트리에 들어있던 9명(한국 5명, 북한 4명)이 일본과의 준결승 때 벤치에 앉았고, 시상식 때 전원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북 단일팀은 탁구로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을 이룬 후로는 3개월여만이다.
유승민 위원은 "ITTF가 남북 단일팀 성사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 12시간 안에 일사천리로 단일팀 협의가 마무리됐다"면서 "북한과 3자 회동을 주선한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단일팀 논의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선수들의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4강에서 남북이 대결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가진 선수들도 단일팀 취지에 공감해줬고, 모두 기쁜 마음으로 동메달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오는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오픈과 7월 대전에서 개최되는 코리아오픈에 남북 선수가 교차 출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조만간 ITTF가 북한에 한국 선수단의 평양오픈 참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면서 "탁구협회도 북한을 코리아오픈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과 협의를 해야 하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승낙을 해줘야 한다"면서 "ITTF가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hil881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