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3년 6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돌파
대이란 제재 재개되면 이란 생산량 50만∼100만 배럴 감소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협상'으로 평가한 이란 핵협정(JCPOA)과 관련해 미국 입장 발표를 예고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재개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당분간 혼란스러운 국제정세가 유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올해 2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는 배럴당 평균 65.96달러로 한 달 전보다 1.43달러 높아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전망치 역시 배럴당 평균 61.80달러로 한 달 전보다 1.45달러 상승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1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서방국가의 시리아 내전 개입과 이란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가시화 등의 영향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시점에서 시장에서 가장 큰 유가 변동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가능성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3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제유가는 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물은 배럴당 76.17달러로 2014년 12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6월물은 2014년 11월 이후 처음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15년 7월 미국이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다른 5개국과 함께 타결한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는 쪽으로 돌아선다면 세계 원유 공급량 감소 등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380만 배럴 정도로, 대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하루 50만∼100만 배럴가량 감축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CNBC는 제재가 다시 시작되면 이란 생산량이 하루 50만 배럴 줄어들게 되며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제재에 따른 감축량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 세계 원유 생산량의 1%가 사라지게 된다는 제이 햇필드 인프라캡MPL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분석을 전했다.
1%는 언뜻 크지 않은 숫자로 보지만, 리서치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장기간 연구 책임자인 맷 패리는 "이란 공급량이 조금이라도 줄면 유가에는 큰 프리미엄을 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프라캡의 햇필드 매니저는 제재 재개로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시장이 이미 미국의 핵 합의 파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상태이므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팀 폭스 에미리트 NB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시장은 현재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미루거나 예전과 같은 수준의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우호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다시 시작돼도 다른 협정 가입국들이 미국에 동조해 함께 제재에 나서지 않을 수 있으며, 내달 22일 총회가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이 생산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고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인 인도, 터키가 수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CNBC는 전했다.
다만 원유 공급량이나 유가 자체보다도 '중동 정세의 급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은 빠지지 않고 나온다.
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결정에 대한 이란의 대응과 관련해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에 따라 중동지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레바논, 시리아, 다른 이웃 국가들에서도 큰 정치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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