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원룸 20대 부자 고독사…사회복지안전망 또 '구멍 뚫렸다'

입력 2018-05-08 19:20   수정 2018-05-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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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원룸 20대 부자 고독사…사회복지안전망 또 '구멍 뚫렸다'
'송파 세 모녀 사망 이후 긴급복지제도 도입했지만 복지사각 여전
주민등록 말소에 출생신고 안돼 파악 어려움…인력 늘려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최수호 기자 =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20대 아빠와 아들로 추정되는 2살짜리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되자 사회복지 안전망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수 조사를 하고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복지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수많은 홀몸노인 사망에 이어 젊은 아빠(29)와 아기(생후 16개월 추정)가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 3일 오후 구미시 모 원룸에서 발견된 이들은 몸이 매우 야위어 아사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경찰은 부검결과 위 내용물이 발견돼 굶어 숨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사가 아니더라도 생계가 어려웠던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두달 전부터 월세를 내지 못했고 도시가스가 끊긴 점, 숨진 아빠의 동거녀가 수개월 전 떠난 점 등은 이들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을 방증했다.
숨진 아빠가 병원에 다닌 진료 기록, 직장생활 여부, 외부인과의 접촉 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인 사정 때문에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해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숨진 아빠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사실상 외부와 접촉을 끊고 살아 이웃 주민조차 이들의 생활환경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기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구미보건소 등은 예방접종 안내장도 보내지 못했고, 동사무소는 이들이 관내에 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권준경 구미보건소 감염관리계장은 "아기가 출생신고가 안돼 전산망에 나타나지 않는다"며 "12세까지 모든 예방접종은 무료지만 미등록 등록되지 않을 때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지난달 8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지만 생계가 어려운 대부분 젊은 가정의 실태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긴급복지 가구는 소득·재산 기준에 따라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70만원의 긴급 생계자금과 의료를 지원하지만 이들 가정에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선주원남동사무소의 경우 복지사 3명이 기초수급대상자,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7천800가구(1만2천여명)를 담당하고 있어 당사자가 긴급복지를 신청하지 않으면 해당 가구를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전수 조사를 하더라도 원룸이 많아 일일이 찾기가 어려운 데다 "내 정보를 왜 묻느냐"라며 항의하는 가구도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는 게 복지사들의 설명이다.
긴급복지 신청만 하면 주소가 다른 시·군이더라도 민간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지원이 가능하다.
이현숙 선주원남동사무소 복지계장은 "동사무소에 전화만 했다면 민간 복지기관과 연계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주소지마저 등록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묵 구미시장 권한대행은 "고독사, 우울증, 자살 위험군 등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는 안전망을 벗어났다"며 "더 촘촘한 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전기검침원, 학습지 교사 등 가정을 방문하는 직업인들과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지은구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등록 말소 상태라면 기초생활 수급이나 긴급지원 등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원이 가능하게 하려면 이런 경우의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공공·민간부문 복지인력을 확충해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ar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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