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물리의 정석'·'물질의 탐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미립자에서 광활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세상 만물의 이치를 탁월하게 해석한다는 현대 물리학에 우리는 왜 서툴까. 충분한 수학적 교양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고전 역학은 인간이 보고 듣고 예측할 수 있으며 17세기 아이작 뉴턴이 이론으로 정초하기 전부터 생존을 위해 매일 이용해왔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이 논제로 삼는 우주와 양자의 세계는 우리의 감각과 인지 능력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의 직관에 반하는 추상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대다수 사람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신간 '물리의 정석: 양자역학편'(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의 호적수이자 좋은 동료였던 레너드 서스킨드 스탠퍼드 대학교 이론물리학 교수의 인기 강의 중 일부를 엮어서 소개했다.
'최소한의 이론'으로 명명된 서스킨드 교수의 강의는 물리학부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해 개설된 강좌로, 고전 역학에서부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우주론까지 물리학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그 정수를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해 국내에 번역 출간된 '물리의 정석: 고전역학편'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공동 저자인 아트 프리드먼은 미국 IT기업 휴렛팩커드에서 15년간 일한 소프트웨어 공학자로 물리학 강의 수강생으로 서스킨드 교수와 만났다.
서스킨드 교수는 물리학계의 대통일이론 후보로 각광받는 끈이론의 선구자로 교착 상태에 있던 이론물리학에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 물리학의 대가다.
그는 책의 목표가 "말도 안 되게 이상한 양자 논리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명천지의 광명 아래로 끄집어내는 것"이라며 자신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양자역학이 실제로는 고전 역학보다 훨씬 더 쉽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종필 옮김. 440쪽. 2만2천원.
고대 그리스인들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원자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작은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중학교 수업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상식이 됐다.
조금 더 들어가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세 개의 쿼크로 구성돼 있다는 것과 쿼크가 독립적인 입자라기보다는 파동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지금은 상식이지만 100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사실이다.
신간 '물질의 탐구'(반니 펴냄)는 '물질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화두로 삼아 그리스의 원자론부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이 걸어온 역사적인 궤적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를 통해 난해한 현대 물리학이 실은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가 2천500년 동안 걸어온 여정의 기착지라는 평이하지만 새로운 통찰을 알려준다.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인 짐 배것이다.
그가 긴 여정의 끝에서 내린 결론은 우주의 기본 구성 성분은 물질이고 에너지와 질량을 물질이 지닌 속성으로 여겨온 인류의 오랜 믿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단단하고 무거운 것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상 이 세상을 장악하는 것은 양자장의 '에너지'다. 에너지가 질량의 발현이 아니라 질량이 에너지의 물리적 발현인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개념이지만 매우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우주를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은, 단단하고 쪼갤 수 없는 원자가 아니라 양자장의 에너지다."
배지은 옮김. 384쪽. 2만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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