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김여정, 미국통 리용호·최선희…북미관계·핵문제 조율 목적인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40여일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북한의 대미라인 외교관들을 포함한 대외관계 핵심 인사들이 동행해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사실을 8일 오후 보도하며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국무위원회 관계자들이 수행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에서 북한의 대외관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전략가'들이 사실상 총출동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수용은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으로서 북한 외교의 총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남북관계 책임자로서 올해 들어 펼쳐진 남북, 북미대화 국면을 막전·막후에서 주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국정 전반을 가장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 때는 수행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수행단에 포함됐다.
김영철과 김여정은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도 배석하는 등 대남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 '미국통'들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수행한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 협상 쟁점과 관련한 북한과 중국의 중요한 이해관계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이뤄졌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외무성에서 핵·군축 분야를 담당하며 오래전부터 대미 협상에 참여한 인물로 북한 외교의 핵심 실세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실세로 꼽히는 최선희는 지난해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비공개 접촉을 하고 각종 반관반민(1.5트랙) 대화에도 참여하는 등 최근 북한의 대미접촉 및 핵외교 '최일선'에서 활동했다. 그는 올해 3월 초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에서 부상으로 승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외무성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것으로 관측돼온 리길성 부상이 아니라, 대미 라인인 최선희 부상이 수행한 것은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의 초점이 북미관계와 비핵화 문제 등에 있음을 시사한다.
7일 진행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의 회담에는 북측에서 리수용·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밝혔다.
지난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첫 회담 당시에도 북측 배석자가 리수용·김영철·리용호 3인이었다. 대미 협상, 대중·대남관계 개선이라는 북한의 최근 대외전략 대(大)전환 과정에서 이들 세 사람이 '큰 그림'을 주도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회담에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이념·선전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은 중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가'로 꼽히며 양제츠와 왕이는 중국 외교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다. 쑹타오는 북중간 '당 대 당'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첫 방중 때와 달리 부부동반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관심을 끈다. 첫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해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연회와 오찬 등의 일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양 정상만 만났다.
아울러 최룡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박광호 당 선전선동 담당 부위원장 등 다른 고위직들도 수행했던 첫 방중 때와 달리 이번 수행단은 대외관계 관련 인사들로만 꾸려졌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안 조율에 집중된 '실무형' 방중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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