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수리동요대회 공정성 논란…학부모 "재개최·환불"
(군포=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군포시가 최근 개최한 수리동요대회가 원곡보다 키를 낮춰 지정곡을 부른 학생들이 입상했다는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성난 학부모들이 대회 홈페이지에 "아이들의 동심에 상처를 준 불공정한 대회"라는 취지의 항의 글을 잇달아 올리자 대회 운영위원장이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었어도 혼선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까지 게시했지만, 대회 재개최 요구까지 나오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9일 군포시와 대회 참가 학부모들에 따르면 시가 주최하고 한국음악협회 군포시지부·수리음악콩쿠르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제24회 수리동요대회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군포시 문화예술회관 철쭉 홀에서 열렸다.
전국의 유치원생·초등학생 203명이 참가해 독창과 중창 부문에서 열띤 경연을 펼쳐 부문별로 우수한 노래 실력을 선보인 어린이들이 상을 받았다.
그러나 대회 두 번째 날인 지난 4일 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 아빠라고 소개한 학부모가 대회 홈페이지에 '지정곡인데 키를 낮추어서 불러도 되나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공정성 논란이 시작됐다.
이 학부모는 "몇몇 학생이 지정곡의 키를 낮춰 불러 입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개인이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권위 있는 경연대회에서 지정곡 키를 낮춰 부르게 한 것에 대해 공정성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음은 반음만 낮춰도 학생들이 훨씬 쉽게 부를 수 있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 자유곡도 아니고 협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악보까지도 첨부 파일로 제공한 지정곡을 키를 낮춰 노래하는 것은 실격사유가 아닌지요?"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운영위원회 측은 "대회 종료 후 답변 드리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남겼지만, 이 학부모와 같은 문제 인식을 한 다른 학부모들이 홈페이지에 "공정성이 훼손됐다",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는 동요제다", "참가비를 환불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입상 학생과 학부모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학부모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운영위가 올해 동요대회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대회 요강에 초등학생부 지정곡을 변조해 부를 수 있는지를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모집요강에 지정곡은 원곡대로 부르고, 자유곡은 변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올해는 이런 내용을 모집요강에서 삭제했다.
지난해 대회 참가자 학부모 일부가 "초등학생이 원곡대로 부르면 키가 너무 높아 힘들다"며 항의하자 대회 운영위가 올해 대회에는 슬그머니 변조에 대한 언급을 빼버린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대회 전 운영위에 문의해 변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노래를 준비했지만, 대다수 참가자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지정곡을 원래의 키대로 부를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변조해 부른 아이는 변조를 고려해 채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전에 변조할 수 있다고 공지만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초등학생 자녀가 참가했다는 이 모(36) 씨는 "아이가 집에 와서는 '난 원래대로 불렀고, 다른 애는 키를 낮춰 불러 상을 받았다'며 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변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참가자 모두가 알아야 공정한 경연인데, 이 대회는 시작부터 공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회 참가 학부모들은 시청에 항의전화를 하고 있으며, 대회 재개최와 참가비(7만 원) 등 대회 참가 경비 환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군포시는 대회 채점 과정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공정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학부모의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심사의 공정을 높이고자 작년 심사위원 15명 중 14명을 바꾸고, 유튜브로 생중계할 정도로 공정한 대회개최를 위해 애썼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 "대회에 애착을 가진 분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꼼꼼하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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