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만 잔뜩' 영국경찰 범죄조직DB 인종차별적…적정성 조사

입력 2018-05-09 20:21  

'흑인만 잔뜩' 영국경찰 범죄조직DB 인종차별적…적정성 조사
앰네스티 "구체적 기준 없이 흑인 청소년들에 낙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경찰이 명확한 근거나 기준 없이 범죄조직 데이터베이스(DB)에 흑인 등 소수인종을 대거 포함시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영국의 정보감독기구인 정보위원회(ICO)가 관련 DB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날 발간한 한 보고서에서 런던경찰청이 운영 중인 '범죄조직 폭력 매트릭스'가 인종차별적이며, 국제 인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런던 경찰청은 2011년 '런던 폭동' 이후 범죄조직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이같은 DB를 구축했다.
경찰은 범죄 기록, 소셜미디어 가입,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정보 등을 토대로 폭력조직 구성원들을 파악했다.
문제는 이같은 DB 구축이나 업데이트 과정에 명확한 절차나 기준이 없다 보니 인종적으로 심한 불균형은 물론, 범죄와 연관 여부가 없는 이들까지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기준 DB에 포함된 이들 중 78%는 흑인이었다. 그러나 청소년 폭력범죄로 기소된 이들 중 흑인의 비율은 27%, 런던 인구 중 흑인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DB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흑인들을 대거 포함시킨 것에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DB에 포함된 이들 중 40%는 최근 2년간 범죄나 경찰 조사와 관련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DB에 포함된 이들이 주택, 교육, 일자리 등과 관련한 공공서비스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영국지부의 케이트 앨런 사무국장은 "전체 DB가 인종차별적이며 흑인 젊은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보위원회는 런던경찰청과 접촉, 범죄조직 DB의 사용과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다.
ICO는 "DB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권고 조치 등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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