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시 유럽 재원조달 난관 예상…토탈·에어버스 등 '타격'
인민폐 이미 금융시장서 통용…"유럽 지분 가져갈 것"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철회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부활하면 중국 기업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재로 인해 유럽 기업이 이란 사업에서 줄줄이 발을 뺄 경우 중국 기업이 빈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석유업체 토탈, 항공기 제작회사 에어버스, 가전업체 지멘스, 자동차 업체 르노 등 유럽 기업들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타격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2015년 7월 협정 타결 이후 해제됐던 경제제재의 복원을 명령했다.
이에 앞으로 3∼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각종 제재가 줄줄이 복원될 전망이다.
일단 유럽과 이란은 기존 합의를 지켜나가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란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은 '미국발 제재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이번 제재에 앞서 이미 이란 사업에서 상당 부분 철수한 상태라 제재 피해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회사 파커 피츠제럴드에서 근무하는 앨런 윌리엄스는 FT에 "광범위한 미국 제재가 복원되면 미국과 거래하는 은행 등은 (이란 사업과 관련해)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한 대형은행의 임원도 "이처럼 유럽과 미국 금융이 이란에서 빠지게 되면 그 틈을 점차 중국이 메울 것"이라며 "이미 일부 이란 프로젝트 금융 조달에는 중국 인민폐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특히 미국에서 거의 사업을 하지 않는 중국 기업에 제재 이후 이란 시장의 문이 열릴 것으로 분석했다.
FT는 프랑스 업체 토탈을 대표적인 예로 소개했다.
토탈은 48억달러(약 5조1천500억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만약 토탈이 이 사업에서 철수하면 이미 사업 지분의 30%를 확보한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토탈 몫의 지분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티머시 오툴 제재 전문 변호사는 "중국 기업들은 이란과 석유 거래를 중단할 정도로 미국의 제재 복원을 두려워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들은 미국의 제재 관련 위험도를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도 이란에 180억달러(약 19조3천억원) 규모의 항공기 1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르노와 푸조는 이란에 상당히 큰 판매 시장이 있고, 폴크스바겐도 이란 진출을 선언했다.
이런 유럽 기업들로서는 미국의 이란 제재 불똥이 튈 가능성에 대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미 한 메이저 석유 회사는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이후 곧바로 이란산 석유 수입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한 선박중개인이 FT에 말했다.
이 중개인은 "만약 은행과 보험사들이 이란 관련 사업 지원을 철회한다면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유럽의 노력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