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도세 낮추기' 의도 의심…LG 측 조직적 개입 의혹 조사
탈세 규명 주력…경영비리·승계 수사 확대 가능성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LG그룹 총수 일가 탈세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세금을 의도적으로 낮추려고 계열사 지분 거래 방식을 위장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탈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총수 일가 구성원 등 10여명이 모두 증권사를 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하다 국세청으로부터 일제히 고발당한 점에 비춰 주식거래가 그룹 차원의 조직적 기획에 따른 것인지 검찰이 따져보고 있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전날 서울 여의도 ㈜LG 본사 재무팀과 N증권사 모 지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세무·회계 장부 및 주식거래 관련 전산 기록을 토대로 국세청이 고발한 혐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LG상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구성원들이 그룹 지주사인 ㈜LG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 양도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국세청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국세청이 고발한 LG 일가 구성원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주식을 거래하면서 장중 거래를 한 것처럼 위장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통상 특정 매수·매도인 간 대량 거래는 장중 매매가 아닌 거래시간 종료 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이뤄지지만,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LG 일가 구성원들은 장중에 지분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시간 종료 후가 아닌 장중에 거래하면서 지정된 가격에 매도 물량을 전량 ㈜LG가 매수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짠 것이 아닌지에 검찰은 의심을 두고 있다. 이런 '통정매매'의 실무는 거래를 위탁받은 증권사 지점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 주식이 최대 주주 지분에 해당하면 경영 프리미엄을 고려해 유가증권 가치를 시가보다 20∼30% 높게 산정해 관련 세액을 산출하도록 규정한다.
LG 일가 지분 매각의 경우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할 때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된다.
LG 일가 구성원 10여명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장내 주식시장에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거래를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10여명이 비슷한 장중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세금을 줄이고자 그룹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탈세를 기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이들의 주식거래를 중개한 증권사 직원의 공모 혐의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그룹 경영권 승계 추진 과정에까지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지가 관심이다. 다만,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 내용을 넘어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로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계열사 경영을 둘러싼 추가 의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