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자 귀환에 '잠 못든' 미국…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입력 2018-05-10 17:07   수정 2018-05-10 17:13

北억류자 귀환에 '잠 못든' 미국…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새벽 2시 넘어 미 대통령·부통령 부부 총출동…볼턴도 환영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자국 시민 3명이 10일 새벽 귀환하자 미국 전역은 그야말로 환영 일색이었다.
북한에서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가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전 2시 도착한다는 소식에 신새벽임에도 많은 미국인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 생중계로 이들의 무사귀환을 지켜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은 '귀환 이벤트'를 자축하기 위해 이들을 태운 미 공군 군용기가 착륙한 현장에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을 태운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백악관을 출발한 것은 이날 오전 2시께.
대통령 일행의 목적지는 워싱턴DC 외곽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였다. 석방 협상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풀려난 미국인 3명이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볼턴 보좌관은 먼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와 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인 캐런 펜스와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를, 멜라니아 여사는 검정 상의에 회색 정장을 각각 착용해 북한에서 고초를 겪고 돌아온 자국 시민들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 억류에서 풀려난 자국민 귀환을 직접 영접한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로 알려졌다.
최장 31개월 고통의 시간을 보낸 한국계 미국인들을 무사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활주로에는 두 대의 소방차를 이용해 초대형 성조기를 공중에 펼쳐놓고, 레드카펫이 깔린 비행기 계단을 준비해놨다.
새벽 시간임에도 2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취재 허가를 받아 앤드루스 기지에 몰려들어 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먼저 폼페이오 장관이 탄 미 공군 C-32A(보잉 757)기가 2시30분께 착륙했고, 뒤이어 2시42분께 김 씨 3명을 태운 공군 C-40기가 활주로에 내려왔다.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를 함께 탔던 이들은 요코타 기지에서 첨단 의료장비와 의무진이 대기하던 C-40기로 갈아탔다고 한다.
<YNAPHOTO path='PYH2018051023690034000_P2.jpg' id='PYH20180510236900340' title=''北석방 미국인 3명' 직접 마중나간 트럼프' caption='(워싱턴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 내외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에서 전격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맞이하기 위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br>lkm@yna.co.kr' />
기지 내 건물에서 잠시 대기하던 트럼프 대통령·펜스 부통령 부부, 볼턴 보좌관, 직전에 합류한 폼페이오 장관은 10여분 뒤 활주로로 나와 이들을 마중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직접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3명의 김 씨를 데리고 나와 카메라 앞에 선 것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들은 손가락으로 'V' 사인을 연신 그리거나 양팔을 내저으며 환호했다.
이들은 다소 수척해 보이기는 했지만, 오랜 억류 생활에도 걷고 움직이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만 이날 공군기지에 석방된 미국인들의 가족이나 친구는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해외 구금에서 풀려난 미국인에 대한 의전 상의 이유 때문으로 가족 접촉에 앞서 정보당국과 먼저 면담해야 한다고 한 정부 관료가 CNN 방송에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월터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심야 영접을 놓고 미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NN은 미 대통령이 심야 행사에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민 석방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송환을 포함해 대북 외교에 몰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의 돌파구를 외교에서 찾는 것으로 분석했다.
WP는 이날 행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승리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같은 귀환이라고 평하고, 이란 핵합의 파기와 북핵 협상 등 국제무대에서 성급하고 위험한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유권자 평가를 바꿀 기회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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