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절차도 간소화…보수 정당·그리스 정교회 등 거센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정교회 전통이 강해 보수적인 국가로 꼽히는 그리스에서도 동성 커플이 자녀를 위탁해 양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스 의회는 9일(현지시간) 동성 커플이 부모 없는 아동의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일반적인 아동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61표, 반대 103표로 통과시켰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입양 절차를 완료하려면 평균 6년의 기간이 소요돼 입양을 원하는 상당수 커플들이 법망을 우회해 불법 입양을 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새로운 법안 아래에서는 입양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대 12개월로 확 줄어든다.
이 법안은 동성 커플도 고아 등의 후견인을 맡아 양육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에 그리스 정교회와 보수적인 우파 정당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8년 간의 구제금융 체제 아래서 대다수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결혼율과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아들에 대한 입양까지 최근 급격히 줄어들자 이 같은 법안을 입안했다.
2016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합계 출산율(여성 1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38명으로 유럽연합(EU) 하위 수준이다.
한편, EU 내에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12개국은 동성 커플도 아동을 직접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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