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왕피천 오염 해결' 건의문 주고받으며 '신경전'
(울진·영양=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웃한 지방자치단체인 경북 울진군과 영양군이 최근 환경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영양의 청정 밤하늘과 울진의 청정 하천을 지켜야 한다며 두 지방의회가 서로 개발 자제를 당부하는 건의문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영양군의회가 지난달 4일 채택한 '울진군 길곡리 풍력발전 시설에 대한 건의문'을 울진군과 울진군의회에 전달하면서 비롯됐다.
영양군의회는 건의문에서 "영양군 관광명소인 수비면 수하계곡과 인접한 울진 길곡리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면 생태환경 보전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풍력발전으로 우려되는 빛 공해와 생태환경 침해가 반딧불이 생태공원과 천문대 등 청정 밤하늘과 관련된 각종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밤하늘보호공원구역에서 풍력발전기와 항공장애 표시등 불빛이 보이지 않도록 해달라"며 "지역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추진과정에서 영양군과 긴밀하게 협의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영양군 수하계곡 일대는 2015년 10월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다.
반딧불이 서식지로도 유명해 올해 1월 환경부의 생태관광지로도 지정됐다. 군은 이에 따라 별빛생태관광을 주제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추진 중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인접한 길곡리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면 항공장애표시등 불빛과 발전 소음으로 밤하늘공원에서 별빛을 보기가 어려울까 걱정된다"며 "인공 빛과 소리에 민감한 반딧불이 서식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여 울진군에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울진군의회도 영양과 울진을 지나는 왕피천의 수질 오염을 문제 삼고 나섰다.
왕피천은 영양군 수비면 금장산 북서쪽 계곡에서 시작해 울진군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길이가 약 60㎞에 이른다.
울진 금강송면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란 이름이 붙었다.
왕피천 유역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 생태가 비교적 잘 보존돼 청정지역으로 이름이 나 탐방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왕피리 일대 왕피천에서 예년에는 보기 드물었던 녹조류가 나타났고 갈수기에는 수질 오염마저 심각해지고 있다.
울진군과 군민들은 지난해 왕피천 상류인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 조성된 생태체험 수련시설이 들어선 후부터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본다.
마을의 생활오수 방류에 숙박시설 이용객 증가로 하수 배출량이 늘어났는데도 폐수처리시설이 없어 수질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울진군의회가 지난 9일 '왕피천 수질보전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해 영양군과 영양군의회에 전달했다.
건의문에서 "왕피천 유역이 청정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녹조류 발생 원인 분석과 오염방지 시설 확충 등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형욱 울진군의원은 "영양군의회는 울진에 아직 짓지도 않은 풍력발전소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우리는 일어난 일에 손 놓고 있다가 늦은 감이 있지만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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