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과 곤혹스러운 '삼각관계' 빠진 러시아

입력 2018-05-11 10:50  

이란-이스라엘과 곤혹스러운 '삼각관계' 빠진 러시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시리아 내전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로 비화하면서 러시아가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 보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어느 일방을 편들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면서 러시아는 이제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를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유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여름 시리아에 군사 개입키로 결정한 것도 이란 혁명수비대 지도자로부터 아사드 정권이 붕괴 직전에 처했다는 경고를 받고서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 이후 이란과의 '동맹'관계는 그렇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평가이다.

러시아는 현재 냉전 시대부터 존재해온, 시리아 내 라타키아와 타르투스 지역에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인 지역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란은 반면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를 활용해 아랍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조직인 헤즈볼라에 대한 보급로를 확보하면서 한편으로 시리아 내전을 틈타 시리아 각지에 그들이 지원하는 준군사 민병대조직의 군사기지들을 구축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다수의 반군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었으나 시리아 내에 수천 발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그들의 실제 목표가 숙적 이스라엘임이 분명해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그동안 이란 대외정책의 최종 목표가 이스라엘과의 결전에 있다고 강조해 온만큼 시리아 내전을 통해 이스라엘과 전선을 구축한 이란이 이스라엘과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서 러시아와 이란 간 틈새가 발생했다.
아사드 정권과 밀착을 이용해 시리아 내에서 이스라엘과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려는 이란의 전략은 러시아와 이견을 초래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갈등을 일으킬 의도가 전혀 없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시리아에 군사기지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지원을 제공한 시리아를 이용해 지역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이란과 차이가 있다.
여기에 러시아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심지어 이란과 아사드 정권 유지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시리아 내 이란군 기지를 공격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은 이번 시리아 내 이란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앞서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묘한 상황은 러시아와 이란 간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서방 등 다국적 팀이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란 측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러시아와 이란 관계는 긴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기보다 정략결혼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 그들의 목표인 장기적으로 시리아 내 군사기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란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행위를 중단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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