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열풍] ③ '진짜 화폐 같아야'…연착륙 과제는

입력 2018-05-13 09:09  

[지역화폐 열풍] ③ '진짜 화폐 같아야'…연착륙 과제는
중소도시 효과 커…법적 뒷받침, 모바일상품권 도입, 주민·상인 중심으로

(전국종합=연합뉴스) 고향 사랑 상품권이 지역화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런저런 필요에 따라 상품권 발행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국 발행규모가 3천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몸집을 급속히 키워가고 있다.

◇ 축제연계·마케팅…지역화폐로 정착
강원 화천군 '화천 사랑 상품권' 유통액은 1996년 도입 후 175억원을 넘어 지역화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상품권은 상점, 시장, 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다뤄지고 축제, 스포츠대회, 이벤트 시상금, 근로자 식대, 공무원 급여 일부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특히 2006년 전국 최초로 산천어축제에 접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절반 정도를 화천 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그 덕에 산천어축제 기간 유통되는 화천 사랑 상품권 금액은 매년 평균 5억원에 달한다.
강원 양구군이 2007년 7월부터 발행한 '양구 사랑 상품권'도 지난 4월까지 682억원 상당 유통됐다.
상품권 가맹점이 781개로 군내 소매 및 서비스업소의 70%에 달한다.
양구군은 정기구매, 포인트 적립, 인센티브 제공, 무료 수수료 등을 상품권 성공 비결로 꼽는다.
군청, 경찰서, 교육청, 농협, 병원 등 지역기관이 먼저 구매하다가 군민까지 번져 매월 4억원 상당 팔린다.
정기구매자는 구매액의 1.2%, 수시구매자는 0.6%의 포인트를 적립 받는다.
군은 출산장려금, 전입지원금 같은 포상금도 상품권으로 주고 매년 추첨으로 소형차, 가전제품, 농산물도 준다.
전남 곡성군은 2001년부터 '곡성 심청 상품권'을 발행했는데 지난 4월 기준으로 총 262억원 상당이 유통됐다.
상품권 가맹점은 405곳에 달한다.
곡성군은 매년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이고, 공무원 복지 포인트와 당직비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특히 대표 관광지인 기차마을 입장료를 2천원 인상하는 대신 인상액을 상품권으로 되돌려주고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해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덤 효과까지 챙겼다.
군 관계자는 "관광을 즐기고 받은 1천원권을 지역 상점에서 쓰면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올해 상품권 사용이 지난해보다 배는 늘 것으로 추정했다.




◇ 지방 소도시서 효과 커…"지역·정책과 연계해야"
이들 사례처럼 고향 사랑 상품권은 지방 소도시에서 활용 효과가 크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상품권 규모에 대비한 부가가치 효과는 관광시설이나 축제를 활용할 경우 더 크다.
방문객이 지역 상품권 사용을 쓰면서 현금까지 지출하는 효과가 크고 선순환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고향 사랑 상품권은 좁은 유통범위로 익명성이 없어 불법환전(일명 깡)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자발적인 사용자가 많아 기존 상품권보다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농산어촌이나 지방 소도시가 효과가 큰 만큼 적극적인 상품권 확대 정책을 제안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 투자, 금융생태계 육성, 사회적·공익적 활동 촉진, 청년·소상공인·취약계층·혁신주체의 보호 육성을 위해 지역 상품권 활용을 유도하라고 주문했다.
연구원은 지역상권이 좁아 상품권 가맹점 확대가 어렵고 환전이 번거로운 데다, 상인들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래시장용 온누리 상품권이나 대형유통업체 상품권의 유통 위축, 의무구매에 따른 기관·기업체의 불만 제기, 낮은 상품권 회수 및 반복이용 등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 법률 제정·관 주도 탈피·모바일상품권 필요
고향 사랑 상품권을 보다 활성화하려면 법적인 뒷받침은 물론 보안 문제를 보완하고 모바일상품권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사례나 용역 결과 등을 보면 고향 사랑 상품권은 인구 과소지역, 낙후지역, 중소 시군단위에서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품권을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순환적으로 쓰게 하고, 사용처나 가맹점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은 물론 상품권의 부정유통이나 위·변조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필요하다.
시대 흐름에 맞게 전자·모바일 상품권을 도입하자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국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모바일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자체가 운용예산을 부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상품권 이용 활성화를 위해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도 '고향 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신경필 사무관은 "법률이 제정되면 고향사랑 상품권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건전한 유통질서가 확립,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 지역 공동체 강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 주도 상품권 운영 방식을 벗어나 시민과 상인 중심의 지역 친화적·밀착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남승균 센터장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시민과 상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이제는 시민 커뮤니티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센터장은 "무엇보다 소비자와 상인에게 지역상품권이 꼭 필요하고 자발적인 노력이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든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자상품권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 이를 관리 운영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영수·박철홍·이상학·양지웅)
k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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