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명곡 못 살린 진부한 이야기와 캐릭터

입력 2018-05-11 11:14  

김형석 명곡 못 살린 진부한 이야기와 캐릭터
서울시뮤지컬단 '브라보 마이 러브'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브라보 마이 러브'는 기존에 지적된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를 또 그대로 노출한다.
'히트 가요 제조기' 작곡가 김형석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엮은 뮤지컬이지만 음악과 이야기의 헐거운 연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와 인물, 개연성이 떨어지는 억지스러운 전개로 음악의 서정과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기존 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태생적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이야기와 인물들이 '아침 드라마' 수준에 머무른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된 세계적 플루티스트 제니 브라운이 한국에 돌아와 엄마와 재회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제니와 입양 전 고아원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한 천주교 신부 이요한, 제니의 성공 스토리를 담을 책의 한국 판권 계약에 성공한 중소출판사 은하수의 조정희 대표, 유명 소설작가이자 제니를 되찾고 싶은 옛 연인 에드워드 등이 주요 인물이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1막 중반까지만 보면 제니의 친엄마 정체를 포함한 극 전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다 예상이 된다.
처음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극을 기대하던 객석은 닳고 닳은 '핏줄 찾기'와 '출생의 비밀' 이야기에 금세 힘이 빠진다.
누구나 예측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한 탓일까. 극 말미 모녀의 화해 및 연인의 재결합 또한 매우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그래도 역시 이 극이 기댈 곳은 음악이었다.
극이 덜컹덜컹, 아슬아슬 진행되는 와중에도 귀에 익은 김형석의 서정적 노래들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이요한이 미국으로 떠난 제니를 향해 부르는 '너의 뒤에서'나 제니와 에드워드가 다시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그대 내게 다시' 등은 극이 끝나도 귓가를 맴돈다.
다만 사랑 이야기가 주된 김형석 곡들로 모녀 재회 및 사랑을 그리려다 보니 일부 어색함이 남는다.
모녀 사이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故) 박용하의 '처음 그날처럼' 등이 사용됐지만 엄마가 딸을 향해 '그대 곁에서 내가 눈 감는 날' 등의 가사를 읊을 땐 감정선이 깨져 아쉬웠다.
공연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기존 끼워 맞추기식 주크박스 뮤지컬 작법을 그대로 사용한 점이 아쉽다"며 "명곡을 활용하더라도 형식적 일탈, 참신한 실험 등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평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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