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의 '스트롱맨'(철권 통치자)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섰던 필리핀 최초 여성 대법원장이 결국 축출됐다.
필리핀 대법원은 11일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의 자격을 박탈했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불성실 재산 신고 등을 이유로 법무차관이 제출한 세레노 대법원장 파면 청원이 표결에 참가한 동료 대법관 14명 가운데 8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세레노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표결 직후 대법원 주변에 모인 지지자 1천800여 명에게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더 크고 더 강한 적과 맞서기 위해 우리 모두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임 대통령 시절인 2012년 필리핀 첫 여성 사법 수장으로 임명된 세레노 대법원장은 마약 유혈소탕전과 계엄령 선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세레노 대법원장의 탄핵을 희망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 때문에 세레노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도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전례 없는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펼쳤고,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마약 용의자 4천100여 명이 저항하다가 사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자경단에 살해된 사람을 포함하면 마약과의 전쟁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1만2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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