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고리로 현대차그룹 압박을 통해 자기들의 지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차익을 노리려는 헤지펀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엘리엇은 그들의 사업방식대로 하는 것"이라며 엘리엇의 문제 제기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엘리엇의 공격에도 이미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엘리엇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편안이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의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대로 실행되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정 회장 부자->존속 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로 단순화하고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끊긴다. 엘리엇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수익잠재력이 큰 사업을 글로비스에 넘겨주는 모비스가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해 자신의 이익이 훼손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난달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의 보통주 10억 달러 어치(1조560억 원)를 보유했다고 발표한 엘리엇은 이번에 이들 3개사 지분을 1.5% 이상씩 갖고 있다고 지분율을 처음 공개했다.
모비스의 분할·합병이 글로비스에 유리한 구도라면 글로비스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엘리엇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3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대주주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이나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는 뜻이다. 모비스 분할·합병의 경우 나뉘는 사업부문의 주가가 따로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주총에서 주장하고 따져볼 여지가 있다. 엘리엇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봤다며 지난달 우리 정부에 배상금액 6억7천만 달러가 적시된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는 투자자·국가소송(ISD)으로 가기 전에 정부와 협상을 거치는 절차다.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엘리엇의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1조 원 가까운 규모의 자사주 854만 주를 소각했다. 현대차 측은 엘리엇의 압박과 무관하다지만, 업계에서는 14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자사주 매각을 엘리엇 공세와 연관 짓는 추측도 많다. 엘리엇이 주총에서 반대하더라도 현재 지분 구조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지분매각에 따른 1조 원대의 양도소득세를 감수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기로 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현대차는 엘리엇 주장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지배구조 개선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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