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인도네시아 사업전략 워크숍·일본 투자 설명회 개최
10조원 규모 해외 사업 차질 불가피…미래 먹거리 투자도 어려워
황각규 부회장 "기업 잘 돌아가도록 노력…신사업 의사 결정은 한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지난 2월 14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석 달이 됐다.
현재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4개 사업부문(BU) 부회장단이 화학·식품·호텔&서비스·유통 등 각 사업분야에서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
부회장단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는 진행 중인 국내외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나 글로벌 진출,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상경영위원회, 사업 점검·조직 안정화 노력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다음 달 국내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 워크숍을 진행한다.
황 부회장과 인도네시아 진출 계열사 법인장, 각 사 대표이사, 롯데지주 주요 담당자들이 참석해 인도네시아 사업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글로벌 전략 워크숍은 지난해 3분기 베트남 현지에서 개최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11조원의 롯데그룹 해외 매출액 중 약 17%를 차지하는 비중 있는 주요 전략국가 중 하나다.
황 부회장은 공석인 신 회장을 대행해 대 정부 행사에 참석하거나 그룹 내 현안을 BU장들과 점검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 일본에서 현지 투자자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롯데지주 투자설명회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의 해외 투자 설명회는 지난 3월 홍콩·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황 부회장은 지난 3월에는 응웬 수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롯데의 베트남 현지 사업과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달 9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롯데그룹을 대표해 참석하기도 했다.
화학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허수영 부회장은 이달 베트남 롯데첨단소재 사업장을 방문하고, 이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 참석해 글로벌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다음 달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등 현지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식품 사업부문의 이재혁 부회장은 이달 말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진출 계열사들과 함께 식품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어 향후 사업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연간 600억원 규모 생산을 할 수 있는 파키스탄 현지 초코파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슬람 시장 제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음료 사업도 올 상반기 중 법인을 설립해 운영을 시작한다.
호텔&서비스 사업부문의 송용덕 부회장은 최근 인수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호텔, 일본 아라이 리조트 등 호텔 신규 사업장의 초기 사업 진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총괄하는 이원준 유통BU 부회장은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마트 사업을 점검하고 백화점 등 신규 출점이 유망한 입지를 직접 검토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서울과 경기 지역 신규 점포 등을 수시로 방문하고 자체 개발 식품을 매달 직접 시식하는 등 상품 경쟁력도 챙기고 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인 회의를 하고 현안에 따라서는 수시로 모여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잘 돌아가야 국가와 사회, 직원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란 생각으로 비상위원 6명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 회장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가 전반적인 회사 경영 활동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신 회장이) 어려운 시기이니 (주요 경영진이) 잘 의논해서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 "총수 공백 크다"…10조원 규모 해외사업 차질 우려
롯데 안팎에서는 그러나 신 회장의 공백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나 최근 계획했던 국내외 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진행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해외사업 규모는 10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해외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 상황에서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외 협력사들도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1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챙겨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이어서 방대한 글로벌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은 "신사업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 회장은) 본인이 현장을 직접 보고 결정하는 스타일이고, 국가 단위 프로젝트는 행정 수반을 직접 만나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앞서 경영비리 사건에서는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현재 병합돼 심리 중이다.
gatsb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