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트럼프, 빈손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실질적 성과 내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확정된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장소선택에서 승리한 셈이지만 회담 성공 부담은 되레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2일 사평(社評)에서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선정된 것은 분명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38선 비무장 지대나 중국으로 회담 장소를 선택한다면 그가 주목을 받는 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여론 주의력이 분산되고, 한국의 비무장 지대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반복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면서 "미국의 '맹우'(盟友)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무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싱가포르행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냉전이 끝난 이후 러시아 모스크바를 제외하고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라며 "김 위원장의 이번 선택은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결정이고, (싱가포르 방문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그가 국제사회의 규칙을 준수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싱가포르를 선택한 점은 미국이 '1회전 승리'를 거뒀다는 의미"라며 "이를 통해 회담 성공에 대한 미국 여론의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이 1회전에서 승리했지만 회담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예의 있게 회담장을 나오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실행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미국의 이런 제약이 북한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며 "북한이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 있고 성실한 태도로 북미간 이견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한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는 퇴로가 없다"면서 "그가 싱가포르에서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이전의 모든 영광은 외교적 치욕으로 돌아올 것이고 정치적 재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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