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총재·국민전선 의장 직도 물러나…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논란을 빚어 온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부부에 대해 당국이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
정권교체로 사법처리를 면하기 힘든 처지가 된 만큼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이날 낮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나집 라작 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민국은 오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뒤늦게 "나집과 로스마를 출국금지 명단에 올렸다"는 성명을 냈다.
나집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민국으로부터 나와 가족의 출국을 허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러한 지시를 존중하며 가족과 함께 국내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그는 부인 등과 함께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그는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과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겠다고 밝혔으나, 이민당국은 그의 출국을 저지하려는 인파가 공항 진입로를 메우는 등 해외도피 우려가 고조되자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
나집 총리는 2009년 설립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 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지만, 지난 9일 총선에서 대패해 야당연합 희망연대(PH)에 정권을 내주면서 진상규명 요구를 더는 억누를 수 없게 됐다.
PH의 수장인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이미 10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를 약속했다.
로스마 여사 역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집 전 총리의 의붓딸인 아즈린 아흐맛은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친모인 로스마 여사가 스캔들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로스마 여사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 외엔 물려받은 재산이나 알려진 소득원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등 사치 행각으로 빈축을 사왔다.
한편, 나집 전 총리는 이날 통합말레이국민조직(UMNO) 총재와 전 연정 국민전선(BN)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총선에서 정당이 패했다면 지도자는 직위에서 물러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직을 사수했지만 현지에선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UMNO와 BN은 당분간 아흐맛 자히드 하미디 전 부총리의 총재와 의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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