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15년만에 권좌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맛(93)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의 반(反) 중국 언동에 중국이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12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선거기간 중국의 대(對) 말레이 투자 재검토를 주장했던 마하티르 총리가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그간 말레이 정가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중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닌지 촉각이 쏠리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을 포함해 전(前) 정부가 참여한 모든 사업을 재평가하겠다"며 "중국과 협상을 통해 양국간 무역협정도 수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말레이 투자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폭탄 선언'이다.
중국이 지난 수년간 말레이내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입한 대규모 자본은 말레이 내부에서 격렬한 논란을 초래해왔다.
긍정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340억 달러 규모의 가스관 및 철도 건설 사업과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24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 등이 유가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말레이 경제에 '단비'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과 가장 친밀한 총리로 불린 전임 나집 라작 총리는 중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말레이 중소기업 퇴출이 초래된 것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말레이 총선 도중 여당은 현지 화교의 표를 얻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을 선거 포스터에 올렸다가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결국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유세 기간 중국의 융자와 투자로 추진되는 동부해안철도건설 사업이 "말레이 주권을 중국에 저당 잡히는 꼴"이라며 중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스리랑카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야 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남부 조호르주에서 추진되는 중국 자본의 부동산사업도 대부분 구매자가 중국인이어서 영토를 할양해주는 것에 다름없다"고도 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또 중국 기업은 현지인 고용과 기술이전에 인색하다면서 "우리는 투자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말레이 주재 중국대사관은 격정적으로 성토하는 성명을 냈다.
중국 측은 마하티르 총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일부 인사가 무대 위에서는 말레이와 중국의 우호를 외치고 중국 자본 유치를 주장하면서 무대 아래에서는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중국 자본을 경멸한다. 이런 농간을 부리면 어떻게 신뢰를 얻고, 어떻게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겠느냐"고 했다.
이런 중국의 우려에 전날 취임 선서를 한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계 투자사업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이전과는 논조를 약간 달리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또 새 정부의 대외정책을 설명하면서 "말레이는 무역국가"라며 "각국과 양호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말레이 언론은 그간의 반중 언행이 초래한 악영향을 희석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마하티르 총리의 반중 언행이 '말'로만 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그의 반중 언행과 관련한 질문에 "마하티르 선생은 통찰력 깊은 정치가로 과거에 양국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말레이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마하티르 총리가 중국 자본의 말레이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중문매체 연합조보는 장기적으로 말레이나 동남아 국가 모두 거대한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스리랑카 전임 대통령이 2015년 중국에 너무 가깝다는 말을 듣고 연임에 실패했지만 3년 후 현직 대통령도 똑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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