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당국, '비리 혐의' 나집 부부 출국금지…마하티르 "내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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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리 의혹으로 '말레이판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의 가족이 머물던 고급 아파트에 대해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13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시내 부킷 빈탕 거리의 한 고급 아파트를 급습했다.
나집 전 총리의 지지자이자 유명 사업가인 데즈먼드 림 소유의 이 아파트에는 나집 전 총리의 가족이 머물러 왔는데, 최근 명품 가방과 서류 등이 대량으로 반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신고자는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전 연정 국민전선(BN)의 총선 패배가 확정된 지난 10일 저녁 총리부 로고가 붙은 차량이 이 아파트에 주황색 상자 50여개를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상자에 나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면서 로스마 여사가 수집한 명품가방과 사치품이 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스마 여사는 개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다이아몬드를 수집하는 취미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대중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반출된 정부 문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면서 "정부는 민감하고 중요한 자료가 국외로 반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아파트에 나집 전 총리의 가족이 머무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신원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실제로 정부 문서나 사치품 등이 발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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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 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현지에선 로스마 여사도 이에 깊이 연루됐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왔다.
앞서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전날 오전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려던 나집 전 총리와 로스마 여사를 출국금지했다.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본인이 직접 출국금지 조치를 지시했다면서 "본국송환 등의 문제를 겪어선 안되는 만큼 신속히 행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서 나집 전 총리가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때 나집 총리의 멘토였던 마하티르는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여권에서 축출됐지만, 야권을 이끌고 지난 9일 총선에서 압승해 나집 전 총리를 권좌에서 밀어냈다.
그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석방되면 복권 절차를 거쳐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안와르 전 부총리가 전 정권에 의해 동성애자란 누명을 썼다면서 오는 15일 그를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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