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헝가리·루마니아, EU 비판성명 거부…일부는 대사관 이전 검토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유럽 일부 국가들이 대사관 이전을 비판한 유럽연합(EU)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미국,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유엔은 예루살렘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1947년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선포했다.
미국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은 유엔 결의안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리 오브차제크 체코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체코는 EU의 성명에 반대해왔다"며 "헝가리, 루마니아가 우리와 같은 원칙을 견지하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 마르틴 스토로프니츠키 외무장관과 EU 성명에 반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반무슬림 성향의 제만 대통령은 지난달 프라하에서 열린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행사에서 이스라엘 주재 체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체코 외무부는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의 단독 수도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EU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대사관 이전이 현실화하면서 EU 지지 입장을 철회한 셈이 됐다.
오브차제크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미국은 체코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70년 전 체코는 이스라엘의 독립을 도왔고, 미국은 100년 전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도왔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제1당 사회민주당의 리비우 드라그네아 대표는 지난달 TV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주재 루마니아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결정됐고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미 대사관 이전을 앞두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공동 수도로 인정하고, 최종 지위는 협상을 통해 결정하며 EU 회원국은 대사관을 옮기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냈지만 체코 등 세 나라는 거부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에 반대하며 EU와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 헝가리, 폴란드는 법치 훼손으로 EU에서 받는 지원 예산이 삭감될 상황에 놓여 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