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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권훈 기자= "연습 라운드 나가려면 그린피랑 카트비 걱정부터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골프 선수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프로가 되어서는 시드 걱정이 먼저였다. 이제 그런 걱정이 없어진 게 너무 기쁘다."
13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HN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인주연(21)은 우승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인주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그만둬야 할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최경주 재단 장학생이 된 인주연은 3년 동안 최경주(48)가 해마다 여는 동계 캠프에 참가하는 행운을 누렸다. 최경주의 친구인 이경훈 코치의 지도를 받았고 프로 1년 차이던 2015년에는 최경주에게 금전적인 도움도 받았다.
인주연은 "그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꼭 갚아드리고 싶다"면서 "시상식 때 너무 정신이 없어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주연은 이날 우승 상금으로 1억4천만원을 받았다. 작년에는 2부투어인 드림투어에서 1억원 우승 상금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부건설과 적지 않은 계약금을 받고 후원 계약을 했다.
돈 걱정은 사라졌지만 인주연에게는 '시드 유지'라는 걱정거리가 남았다.
2014년 국가대표를 지낼 만큼 유망주였지만 인주연은 2014년, 2015년, 2016년 내리 3년을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시드를 지키려면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들어야 하지만 좀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힘주연'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파워 넘치는 장타력을 지녔지만 샷 정확도는 형편없었다. 그는 투어에서 손꼽는 OB여왕이었다. 게다가 심약하기 짝이 없어 모처럼 잡은 기회도 마지막 날이면 날려버려 '새가슴'이라는 오명도 피하지 못했다.
작년에 1부와 2부 투어를 겸하며 주중 2부 투어, 주말 1부 투어를 뛰는 강행군을 마다치 않은 것도 올해 시드 확보가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1, 2부 투어 대회를 연달아 뛰느라 12일 연속 대회를 치른 적도 있다.
인주연이 "우승 트로피보다 앞으로 시드 걱정을 않게 된 사실이 더 기쁘다"고 말한 이유다.
그는 선물처럼 찾아온 생애 첫 우승의 원동력으로 기술적 향상과 함께 강해진 정신력을 꼽았다.
지난 겨울 훈련에서 그는 "힘 빼고 치는 요령을 터득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그는 '힘'으로만 공을 쳤다. 심지어 퍼팅도 힘으로 쳤다고 그는 털어놨다. 힘을 빼니 샷 정확도가 확 올라갔다.
그는 "힘 빼는데 3년이 더 걸렸다"며 웃었다.
쇼트게임까지 덩달아 실력이 는 그는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새가슴'이 '강심장'으로 바뀐 게 우승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선두나 상위권으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게 더러 있었지만 한 번도 타수를 지킨 적이 없었다. 오늘도 그럴까 봐 걱정이 됐다."
인주연은 아닌 게 아니라 1번 홀부터 보기를 적어냈다. 9번 홀 더블보기 때는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안 될 때 안되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는 인주연은 경기 후반부터 야디지북에 적어놓은 글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야지디북에는 "침착하게 차분하게"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17번홀 버디로 우승 기회를 살려낸 인주연은 두번째 연장에서 공격적인 두 번째 샷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버디를 잡아냈다.
인주연은 "이번 우승으로 얻은 것 가운데 사실 제일 큰 건 자신감"이라면서 "이제 시드 걱정, 돈 걱정이 없으니 앞으로 보완할 점을 더 보완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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