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대한민국 국민' 청원 30만 돌파…19일 수사기관 규탄 여성시위
경찰 "지나친 비약…발생장소·수사대상 제한된 특성 간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모델을 몰래 촬영한 여성모델이 구속되자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이 빨리 잡았다는 식의 '성별(性別) 편파수사' 주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와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이 극히 제한된 이번 사안의 특성을 간과한 비약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14일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 따르면 몰카사건 피의자 안모(25·여)씨가 검거된 10일 다음에 개설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는 개설 나흘 만에 회원 수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카페 운영진과 회원들은 몰카 사건 피해자는 남성이 1.2%, 여성이 98.4%인데 수사기관이 남성 피해자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여성 피해자 사건은 대부분 지켜보기만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카페 운영진이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는 "정말 이번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며 "여자들이 죽어갈 땐 사소하다, 장난이다, 못 잡는다고 수수방관하던 국가가 남자피해자가 발생하자마자 유례없는 강력한 수사로 잡아들인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홍대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항공대 몰카 동영상 사건은 피해자가 여성이지만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주장의 한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카페 회원들은 오는 19일 오후 여성만 붉은 옷을 입고 참여할 수 있는 시위를 열어 수사기관과 정부를 규탄할 예정이다. 장소는 미정이나 시위 개최에 필요한 후원금은 이미 800만원 이상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대 몰카 사진이 처음 올라왔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도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워마드에는 피해자 남성 모델을 조롱·비하하는 글과 사진을 따라 그린 그림이 올라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홍대 몰카 사건을 수사한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피의자의 성별은 수사 속도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러 천천히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피해자나 피의자의 성별이 무엇인지는 수사 속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사안 별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어떤 사건은 빠르고 다른 사건은 느리다고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홍대 몰카 피의자 안씨의 모습이 공개된 것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몰카 사건의 남성 피의자들이 언론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적이 없는데 왜 여성 피의자는 그렇게 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홍대 몰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번졌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30만1천719명이 참여했다.
이 청원은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참여'라는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워 청와대가 답변을 내놔야 한다.
청원 작성자는 홍대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여성일 때는 어땠을까"라면서 상습적으로 '몰카' 범죄를 저지른 남성 피의자들이 집행유예 등의 선고를 받은 기사를 링크시켜놨다.
청원자는 "피해자가 여성이어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라고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됐다면 국가의 보호를 받는 대한민국을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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