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남한과 견줄 北경제번영 가능…북한 사람도 고기 먹게 도와줄 수 있어"
볼턴 "대북 보상 전 PVID 되어야…북한에 무역·투자 개방할 준비됐다"
대북 '역할론 앞세운 中 일대일로와 '경합'…중국-신의주-서울 철도 제안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다음 달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기의 핵(核)담판'을 준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로 마련 중인 '당근'이 구체화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고 대북 민간 투자를 적극 허용함으로써 핵 포기에 따른 정권 붕괴 우려를 덜어주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보상책의 윤곽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투 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13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
핵심은 '체제보장+α(알파)'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 전까지 "보상은 없다"며 최대 압박 작전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해온 미 행정부가 북한의 체제보장은 물론 비핵화 이후 경제 보상, 즉 '+알파'에 대한 밑그림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우선 체제보장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정상국가를 원하고 세계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면…우리는 최대한 빨리 북한에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일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3명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그(김정은)가 그의 나라를 현실세계(the real world)로 이끌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국가', '현실세계' 등의 언급에서 볼 때 단지 북한의 체제보장뿐 아니라 북미수교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의 외교관계 정상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경제 보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전례없이 통 큰 지원책을 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인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국의 민간 자본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남한과 견줄 만한 북한 주민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통해 북한의 전력망 확충, 인프라 건설, 농업 발전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플러스알파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사람들이 고기를 먹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을 도와줄 미국 농업의 능력을 포함해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제 보상의 운을 뗀 지 이틀 만에 그 방식을 구체화한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국가들의 경제 부흥을 위해 미국이 마련한 원조계획이었던 '마셜플랜'을 빗대어 '북한식 마셜플랜'이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투자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변형된 마셜플랜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ABC와 CNN 방송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비해 좀 더 강경한 톤의 대북 메시지를 날린 볼턴 보좌관도 경제적 보상의 원칙에는 뜻을 같이했다.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가 반드시 이행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볼턴 보좌관은 "맞다. 그것이 보상 혜택이 흘러들어 가기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며 비핵화 후 경제 보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같은 답변은 취임 직전인 3월 20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것에서 전향적으로 바뀐 입장이다.
아울러 경제 보상의 방식으로 "나라면 우리로부터 '경제 원조'(economic aid)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세금 투입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미 의회가 북한의 경제적 지원을 도울 것이라며 대외 원조의 가능성까지 열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건 우리가 지금까지 지출한 최고의 돈이 될 것"이라면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전제로 "의회에서 북한에 더 나은 삶과 원조를 제공하고 제재를 덜어주는 데 대한 많은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전제로 중국과 북한, 한국을 잇는 철도망 구축을 제안하고 나서는 등 동북아 경제 변혁기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상태여서, 향후 미국 주도의 '북한식 마셜플랜'과 중국의 광역 경제 개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이 한반도에서 치열하게 경합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전격적인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역할론'을 부각하면서 존재감을 키워나가면서 미중 양국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8일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보다 먼저 중국이 북한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미국이 비핵화를 종료하면 경제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시 주석은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이 단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비핵화 목표가 달성된다면 자국의 광역 경제 개발 전략인 일대일로 구상에 북한을 포함시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9일 도쿄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검토를 제안하면서 향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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