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끼는 싱가포르 北대사관 직원, "회담 논의" 묻자 웃음만

입력 2018-05-14 11:54  

말아끼는 싱가포르 北대사관 직원, "회담 논의" 묻자 웃음만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전에 약속은 하셨습니까? 약속을 잡고 오셔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확정 발표된 지 나흘째인 14일.
싱가포르 시내 노스 브릿지가(街) 1번지 하이스트리트 센터빌딩에 있는 북한대사관 앞에는 북한 측의 동향을 살피기 위한 국내외 취재진으로 붐볐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왼쪽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대사관 소속 남성 직원이 건물 1층에 등장했다.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며 접근하자 이 직원은 "사전에 약속은 하고 오셨느냐. 이메일이 있으니 그리로 사전 약속을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이 직원은 기자가 '구체적인 회담 장소가 정해졌는지', '전반적인 회담 논의는 잘 진행되는지', '북한대사가 오늘 출근하지는' 등을 물었지만, 엷은 미소만 지을 뿐 묵묵부답이었다.
대사관이 입주한 15층에 몰려 있던 취재진을 만난 이 남성은 '할 말이 없으니 나가달라'고 했고 경비원에게 취재진을 건물 바깥으로 내보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중대한 회담을 앞두고 말을 아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복도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말없이 눈인사를 하는 등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귀찮아하거나 꺼리는 눈치는 아니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던 현지 조간신문에도 14일에는 관련 뉴스가 사라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앉게 될 회담 장소와 정상들의 동선 등이 확정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샹그릴라 호텔과 마리나베이샌즈(MBS) 호텔, 센토사 리조트 등 유력한 회담장소로 거론되는 현지 호텔들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샹그릴라 호텔 1층 로비에서 만난 한 직원은 "할 말이 없다. 회담 관련 내용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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