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경영승계 작업 일환"

입력 2018-05-14 16:05  

참여연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경영승계 작업 일환"
분식 논란-삼성물산 합병 연관성 주장…"회사가치·합병비율 고평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참여연대가 "이번 사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큰 그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논점을 재정리하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2015년 7월 국민연금 리서치팀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보고서'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에 대해 당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은 8조 9천400억원으로, 삼정KPMG는 8조 5천600억원으로 평가했다.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비율 46.3%를 고려해 역산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가치를 안진은 19조 3천억원으로, 삼정은 18조 4천9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안진 측은 제일모직 주당 가치를 15만8천90원으로 추정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38로 제시했다. 삼정 측은 제일모직 주당 가치를 14만6천971원으로 추정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1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두 회계법인과 함께 국민연금 의뢰를 받았던 국제 의결권자문기관 ISS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같은 업종 상장사인 호스피라·셀트리온과 비교하면 지분 가치가 1조 5천200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가치를 높게 쳐도 4조원으로 본 것이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두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례적으로 고평가한 것"이라며 "이러지 않았으면 합병비율이 당시 주가에 따른 비율만큼 나오지 않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후 회계 처리에서도 '삼성물산 헐값 매입'을 교묘히 가리는 지점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2015년 제일모직 주식가치와 합병 전 삼성물산의 자산부채, 비지배지분 등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합병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은 2015년 9월 기준 2조 7천100억원, 2015년 12월 기준 1조 9천700억원으로 추산됐다.
상당한 규모의 차익임에도 통합 삼성물산 손익계산서에 표시되지 않았는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한 영업권이 염가매수차익과 유사하게 계산돼 상계 표시됐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당시 영업권 계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 평가액에 따라 결정됐는데, 이때도 안진회계법인이 평가했다"면서 안진이 이해하기 힘든 평가 결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안진 측은 합병비율 적정성을 검증했던 2015년 5월 평가 때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19조 3천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영업권을 산정했던 같은 해 8월 평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돌연 6조 8천500억원으로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삼정회계법인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를 18조 4천9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결산 때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평가액 4조 8천100억원에 '적정' 의견을 표명했다"고 꼬집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핵심 자회사여서 최소 절반 이상 가치를 가지므로, 두 결과는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홍 회계사는 "종합해 보면 삼성이 원하는 대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되고 이후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 모두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감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살펴야 하는데, 이미 감리위원장인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객관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감리위는 위원 명단을 전원 공개하고, 회의 내용을 녹취해 차후 국회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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