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남쪽에 위치한 서리 스퀘어 스쿨의 5학년(year 5)에는 아직 시민권이 없는 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영국에 건너오거나 아예 영국에서 태어난 이들로 사실상 영국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1천 파운드(한화 약 145만원)를 내고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학교의 가족 및 지역사회 코디네이터인 피오나 캐릭-데이비스는 "이들은 그냥 영국인이다. (시민권 취득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친구와 가족들에게 빌려야 하는데, 이는 그들을 채무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7년 발간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주민 중 15만9천명 가량이 이같은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 출신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영국 정부가 시민권 획득에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보수당 정부 집권 이후 강화된 이민 제한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모가 이민자이거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이들은 초등학교나 중등교육을 받을 때는 자신들의 신분상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학입학을 위해 기금 지원이나 대출을 신청할 때 시민권이 없는 것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영국에서 1년에 수만 파운드의 학비를 내야 한다.
주택을 임차하거나 건강서비스를 이용할 때, 은행계좌를 열 때, 일자리를 찾을 때도 신분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시민권 획득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경우에는 1인당 1천 파운드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 4월 기준 어린이가 영국 시민권을 신청할 때 드는 수수료는 1천12 파운드(약 147만원), 성인은 1천330 파운드(193만원)에 달한다.
한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이중 372 파운드(54만원) 가량만 행정적 비용에 들어가고 나머지 640 파운드(93만원)는 정부 수익이 되고 있다.
칸 시장은 "최근의 '윈드 러시 세대' 논란으로 이민 시스템이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이들 젊은 런던 주민들은 대부분의 삶을 영국에서 보내며 우리 도시와 나라를 위해 공헌했는데 정부는 이들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칸 시장은 "정부는 시민권 획득 절차를 간소화하고 천문학적으로 높은 비용 부과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이민 시스템 운영에 따른 광범위한 비용, 납세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익자 부담 원칙' 적용 등에 따른 것"이라며 "취약계층에는 비자신청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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