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영유권 왜곡 주장 강화…한일관계 악화 지속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5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한 '외교청서'에는 여전한 독도 도발과 한국에 대한 홀대가 눈에 띈다.
일본은 지난해 외교청서에서도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을 한국과 미국에 요청한 상황에서 도발을 계속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언급하지 않은 데 이어 외무성은 이번 외교청서에서 이 같은 표현을 삭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한국과 중국 정상에 협조를 요청드렸고 일본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간 대북 압력 일변도의 정책을 강조하던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외교청서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토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의 이중적 자세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한 아베 총리로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보수층 결집에 다소나마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해 1월 22일 일본의 외교사령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국회 새해 외교연설에서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고노 외무상은 당시 연설에서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일본의 주장을 확실히 전하고 끈기있게 대응하겠다"고 반복했다.
일본 정부는 그로부터 3일 후 도쿄(東京) 시내 히비야(日比谷) 공원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담은 자료 등으로 '영토·주권전시관'을 설치했다.
그간 시마네(島根) 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홍보관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가 도쿄 도심에 이러한 전시관을 설치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시마네 현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매년 2월 22일) 행사에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차관급 정부 인사를 보냈다.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이어 지난 3월 30일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교육하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 고교학습지도요령을 관보에 고시했다.
학습지도요령은 교과서 제작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등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아베 정권이 주요과제로 내건 납치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에 협조를 요청한 가운데 이러한 행태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달 11일 한국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한 회담에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 납치자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본의 기본적 입장을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북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달 17~18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잇따라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납치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런 가운데 지속하는 일본의 독도 도발은 재차 한일관계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기에 대북 문제에 관한 한일 간 연대를 강조하며 총리와 외무상이 나서 납치문제 해결에 협조를 요청했으면서 독도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한일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베 내각은 2012년 말 제2차 내각 출범 이후 지속해서 영유권 주장 강화, 연간 방위비 증액 등을 통해 '군국주의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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