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중단-해체-군축' 단계 밟기…"북한 비핵화 쉽지않은 여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핵협상 목표로 제시한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원샷 딜' 형식의 한차례 협상보다는 '실험 동결-무기 생산 중단-기반시설 해체-군축'이라는 4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계획' 제하의 글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곧 달성한다는 미 정부의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한자릿수지만,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해제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적 계획의 성공 가능성은 이보다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핸런 연구원이'FCDD'라고 명명한 북한 비핵화 절차는 크게 ▲핵무기 생산 및 실험 동결(Freeze testing)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중단(Cap arsenal) ▲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기반시설 해체(Dismantle infrastructure) ▲현존하는 핵분열성 물질과 핵탄두를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군축(Disarm) 등 4단계로 나뉜다.
오핸런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번의 협상으로 PVID 목표를 달성하려 하지만 위의 4단계 중 첫 3단계에 해당하는 FCD까지만 달성해도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단계별 이행조치와 유인책을 제시했다.
오핸런 연구원이 첫 단계로 지목한 '동결'은 이미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실현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는 현 단계에서 급진적인 조치를 밟아나갈 필요가 없으며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큰 진전'은 바로 두번째 단계, 즉 핵폭탄에 필요한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 중단이라는 게 오핸런 연구원의 설명이다. 북한은 일체의 핵 활동을 중단하고 국제기구에서 나온 조사관에게 생산장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심스러운 장소"에 대한 방문도 허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장소를 숨기든, 아니면 정보를 제공하든, 영구적인 해체는 하지 않을 것인 만큼 북한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일시적이면서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특정 제재를 해제하기보다는 이를 유예하고, 광범위한 경제 지원보다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세번째 '해체' 단계는 수억 달러에 이르는 핵 개발 비용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보다 의미있는 보상이 필요하다는게 오핸론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때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대북제재는 구분하고, 본격적인 핵 군축이 이뤄지기 전까지 미국의 대북제재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군축' 단계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국외로 반출된다면 미국의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가 해제되면 세계은행이나 국제개발과 관련된 미국의 기관들이 대규모의 차관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군축 목표가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원조를 한꺼번에 다 해줘서는 안되며 북한이 경제 개혁을 이루고, 전통적인 군사능력의 감축과 다른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권과 관련한 대화도 이 시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핵 프로그램을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일종의 보험 정책으로 간주하는 만큼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즉각적이고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달성은 요원하며 미국 지도자들은 단계적 해결론과 같은 개념적 합의 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 같은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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