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저우성 묘족 주민들 "이주해도 나아질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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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최후의 동굴생활자'로 불리는 중국의 소수 민족이 당국의 이주정책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 성 즈윈(紫云) 현에는 '가운데 동굴'을 뜻하는 중동(中洞)이란 곳에서 소수 민족인 묘족(苗族) 18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다.
현 정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 넘게 떨어진 동굴은 해발 2천200m의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구 너비는 100m, 높이는 50m, 깊이는 230m에 달한다.
이들은 1949년 중국이 공산화한 후 산적들을 피하고자 처음으로 동굴로 이주한 뒤 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집을 입구 근처에 지었다. 이후 옥수수 등의 농사를 짓고 돼지, 닭 등을 키우며 살아왔다.
2000년대 초반 한 미국인 관광객이 이곳에 들렀다가 주민들에게 전기시설을 지원해 주기 전까지는 전기도 없이 생활했다.
구이저우 성 주민들의 연평균 수입은 8천800위안정도지만, 이들의 수입은 3천800위안(약 65만원)에 그친다.
지방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탈빈곤 정책'에 따라 이들의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2% 정도인 3천만 명 이상의 극빈층을 오는 2020년까지 구제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5년 동안 외진 산골 마을에 사는 주민들 830만 명을 도시로 이주시켰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정부 당국은 수년 전부터 묘족의 이주를 권유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방정부는 이들이 이주해서 살 주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굴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이들에게 관광소득의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가진 농지의 소유권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도시에 나가서 산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는 보장이 없다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한 묘족 주민은 "동굴은 여름에 더위를 막아주고 겨울에 추위를 막아준다"며 "이곳 생활이 근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계속 이주를 거부한다면 다른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강제이주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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