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오른손 그립을 이렇게 잡고 다시 한번 쳐봐. 그렇지! 공이 왼쪽으로 감기질 않잖아"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서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8)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최경주는 이날 아마추어 국가대표 주장 장승보(한체대)와 여자 주니어 유망주 김민별(강원중2년), 우윤지(포항 동지여중1년) 등과 18홀을 돌았다.
16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을 이틀 앞두고 마련된 '재능나눔 행복 라운드'에서 나선 최경주는 18홀 내내 주니어 선수 3명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쉴 새 없이 레슨에 열중했다.
장승보는 "같은 레슨이라도 최경주 선배께서 해주신 건 무게감이 다르다. 머리와 가슴에 쏙쏙 꽂힌다"고 말했다.
이날 SK텔레콤오픈 행복나눔 라운드에는 최경주 뿐 아니라 한국 남녀 골프의 전설급 선수 15명이 멘토로 참가해 주니어 선수 3명씩 모두 45명에게 필드 레슨을 했다.
최경주를 비롯해 박남신, 강욱순, 허석호 등 한때 한국 남자 골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옛 스타와 김형태, 김형성, 박상현, 김승혁, 이상희 등 5명의 정상급 현역 선수도 나섰다.
또 박세리(42)와 한희원, 박지은, 김영, 김주연, 이미나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주름잡던 은퇴 선수들도 합세했다.
주니어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라운드에 나선 멘토들은 "주니어 선수들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면서도 "뭐라도 배워갈 수 있도록 애썼다"고 밝혔다.
손가락을 다쳐 골프클럽을 잡지 못한 박세리는 대신 18홀 동안 레슨에 열중했다.
"어찌나 말을 많이 했는지 입이 다 아프다"고 엄살을 부린 박세리는 "주니어 시절에 당시 한국여자골프 최고의 선수였던 고 구옥희 선배님과 18홀을 돈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을 그리 많지 않으셨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박지은은 "주니어 시절 (LPGA투어 전설급 스타) 벳시 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을 오늘 주니어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2016년 SK텔레콤오픈 우승자 이상희는 "주니어 시절에 이렇게 선배들한테 필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 같이 친 후배들에게 '너희가 부럽다'고 말해줬다"면서 "주니어 선수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니어 선수들은 TV로만 보던 스타들과 하루를 함께 보낸 게 꿈만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경주와 동반 라운드를 치른 김민별은 "아침에 와서 최경주 프로님과 함께 친다는 사실을 알고 기절할 뻔했다"면서 "설레고 떨렸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세리와 함께 라운드한 성민준(군산제일고1년)은 "코스 특성에 맞춰 티잉그라운드를 사용하는 요령과 그린 플레이 등을 자상하게 가르쳐주셨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밝혔다.
작년 코리안투어 상금왕 김승혁과 함께 친 권소은(상북중2년)은 "말로만 듣던 코리안투어 상금왕의 스윙은 정말 달라도 다르더라"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SK텔레콤오픈 행복 라운드는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작년에는 프로암을 대신해 SK텔레콤오픈 출전 선수 30명은 각각 2명씩 주니어 선수를 데리고 18홀을 돌았지만 올해는 '전설급' 선수를 멘토로 내세웠다.
SK텔레콤 오경식 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은 "최경주, 박세리 같은 세계 최고의 골프 인재를 키워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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