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11년째…시민단체 "국민 분노 사 변경 필요", 합천군 "검토한 바 없어"
(합천=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회고록에서 5·18 왜곡 논란을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경남 합천 일해공원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천군은 황강 옆 합천읍 5만3천여㎡ 터에 산책로,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춘 공원을 2004년 완공했다.
공원 조성에는 도비 20억원과 군비 48억원 등 68억원을 투입했다.
군은 완공 직후 해당 공원을 가칭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불렀지만 2007년 1월 명칭을 일해로 확정했다.
군은 당시 공모로 접수한 4개 명칭에 대해 군민 설문조사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일해란 명칭은 합천이 고향인 전 전 대통령의 아호로, 군민 자긍심을 고취하고 대외적 관심을 높여 공원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공원명칭 후보로 올랐다.
또 국내외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장 출신 인물에 대한 기념·성역화 사업이 성행한 점도 근거가 됐다.
5·18 당시 내란·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것을 두고 전국에서 비판이 잇따랐지만, 군은 끝내 일해공원 명칭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합천군은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확정한 다음 해인 2008년에 군비 6천만원을 들여 표지석을 세우기도 했다.
표지석 앞에는 전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일해공원'을, 뒤에는 전 전 대통령 출신 고장임을 기념하기 위해 표지석을 세운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었다.
이후에도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 제기는 틈틈이 이어졌지만, 그 이름은 어느덧 11년째를 맞았다.
5·18 참상이 드러나고 있고, 회고록에 5·18을 왜곡해 논란을 일으킨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원명칭을 일해로 남겨두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지영 경남시민주권연합 집행위원장은 "단순 비리가 아니고 수많은 국민을 사지로 내몬 혐의를 받는 인물의 아호를 딴 건 문제가 있다"며 "군민들이 절차를 거쳐 명칭 변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16일 말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에 대한 관심과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런 시점을 고려해서라도 합천군이 명칭을 빨리 바꿔 국민에게 응답하는 행정행위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 측은 "현재로서는 명칭 변경을 검토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최근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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