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공동정부 구성을 위해 엿새째 연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 차기 정부는 막대한 국가 채무를 줄이고, 현행 난민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든지에 상관없이 이탈리아는 막대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EU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새로운 정부 아래에서도 이탈리아의 난민 정책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U는 '이탈리아 우선'을 외치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연정 협상이 타결돼 이탈리아에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할 경우 새 정부가 난민 정책과 예산 규정 등에서 EU에 반기를 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동맹은 집권 시 불법 체류자 50만 명을 일괄 추방하겠다고 천명했고, 오성운동 역시 동맹보다 강도가 덜하긴 하지만 보다 강경한 난민 통제 정책을 펼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정당은 또한 긴축을 압박하는 EU의 예산 규정 때문에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예산 규정 등 EU와의 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EU 고위직의 잇단 경고성 발언에 오성운동과 연정 협상을 진행 중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살비니 대표는 "이탈리아는 국민이 뽑지 않은 유럽의 관리들로부터 용인할 수 없는 간섭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견뎌왔다. 이제는 이런 행태를 뿌리칠 때"라고 맞받았다.
한편, EU는 동맹과 오성운동이 지난 3월 총선에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려면 가뜩이나 막대한 국가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채무 부담이 크게 가중돼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것으로 보고 이탈리아의 연정 협상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채무를 짊어지고 있어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국가부채가 2번째로 많은 실정이다.
동맹이 제시한 15%의 단일 세율 공약이 현실화하면 이탈리아는 매년 800억 유로(약 102조1천억원)의 재정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오성운동의 핵심 공약인 빈민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에는 연간 170억 유로(약 21조7천억원)가 소요된다.
두 당은 아울러 전임 정부가 채택한 연금 개혁안을 폐지, 연금 수급 연령을 도로 낮추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 경우, 연간 150억 유로(약 19조1천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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