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옵션' 거론하던 트럼프 정부, 북미회담 다가오자 연일 '한반도 번영' 청사진
대북 군사행동 경계하던 민주당, '졸속협상' 우려하며 "北전략에 말려선 안돼"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북핵이슈' 핵심쟁점으로…여야 이해관계도 상황 따라 변화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북한 문제를 다루는 미국 여야 정치권의 기류가 본격적인 북미 대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서로 뒤바뀐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 옵션까지 언급하며 강경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한층 속도를 내는 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계했었던 민주당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과속 운행으로 '졸속 협상'을 할까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눈에 띄게 역전된 것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반신반의했던 북미정상회담의 개최가 확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무렵부터 오랜 난제였던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거듭 드러내며 각종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핵 버튼의 크기'를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호전적 언사를 주고받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고 여기기 어려울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이 석방되고 북미정상회담 일시와 장소가 확정되자, 연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언급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거론하는 등 한껏 들뜨고 고무된 모습이다.
이러한 '낙관론'은 강경파로 불리던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참모들과 측근 의원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대북 군사 옵션을 자주 거론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북미 대화의 선봉에서 김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난 이후 북한이 핵만 완전히 포기하면 한국만큼 발전하도록 도와주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북 선제공격 논의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의원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하원의 친(親)트럼프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외교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한 것 역시 여권 내부의 낙관론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최대의 압박 작전(maximum pressure campaign)'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마저, 원칙적으로는 훼손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를 상대로 단행한 미국 정부의 단독 제재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핵 협상 성공을 위해 최소한 '세컨더리 보이콧'까지는 해제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에 휘말렸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변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내놓으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북미 대화 국면이 본격화된 이후 꾸준히 올라 취임 초기 수준을 회복했다. 그를 괴롭혔던 러시아와 대선 공모 의혹,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등도 최근 언론 지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민주당의 입장과 행보 역시 과거와는 크게 달라 보인다.
최근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 없이 화려하게 겉을 포장한 '속빈 강정' 같은 합의를 내놓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연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북미정상회담을 노벨상 수상과 중간선거 대비 등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 과거보다 더 나쁜 협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과 우려를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의회의 승인 없는 대북 군사 공격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음 발의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고,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연일 촉구했던 정당이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다.
민주당은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에 대해서도 "예상된 일"이라며 의미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시간 날 때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홍보하는 여권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졸속 협상'은 안 된다는 경고음을 내면서 북한과 반드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의회 발언에서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을 하고 찬사를 받고 사진 촬영 기회를 얻고 싶은 나머지, 강력하고 지속하는 합의가 아니라 빠르고 나쁜 타협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까지 했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ZTE 제재 완화 움직임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인 동시에 '북한과의 합의 도출에 급한 나머지 중국의 도움을 얻고자 비위를 맞추려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야당의 이 같은 반대에도 ZTE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민주당이 앞장서 의회에서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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