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교수·대학생·전직 공무원 등 11명 불구속 입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대학교수가 제자들의 국가 자격증을 무자격 해양시설 유지보수 업체에 빌려주도록 해 불법적인 공사 수주를도왔다가 해경에 적발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무자격 해양시설 유지보수 업체 대표 A(61)씨 등 2명과 해당 업체 법인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해경은 또 이들에게 학생들의 국가 자격증을 빌려주도록 주선한 모 대학 교수 B(45)씨와 자격증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은 대학생 C(29)씨 등 모두 9명을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씨 등 3명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C씨 등으로부터 잠수산업기사나 토목기사 등 국가기술 자격증을 빌려 해양지방수산청 등이 발주한 등 부표 관리나 무인등대 원격조정시스템 설치 사업 등을 불법으로 수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빌린 자격증을 이용해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공개 입찰에 참여, 총 18억원 상당의 해양시설 유지보수 공사 23건을 따냈다.
A씨는 평소 졸업생의 취업 홍보차 업체를 방문한 B씨를 알게된 후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졸업을 6개월 앞둔 재학생이나 졸업한 지 6개월이 안 된 졸업생의 자격증 대여를 주선하고 이들이 A씨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자신의 학생 취업률 성과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증 대여자 중에는 해양수산청 출신 퇴직 공무원 4명과 전업주부 2명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자격증 대여비로 매달 40만∼6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 업체는 2016년에도 자격증을 불법으로 빌려 공사를 따냈다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C씨 등은 해경 조사에서 "자격증을 놀리면 뭐하느냐고 교수님이 이야기해 대여료를 받고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해경 관계자는 "불경기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과 정년퇴직 공무원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국가 자격증 대여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며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져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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