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북회담 일방 연기하고 '북미회담 재고려' 언급한 北

입력 2018-05-16 14:00  

[연합시론] 남북회담 일방 연기하고 '북미회담 재고려' 언급한 北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이행방안 협의를 위해 열릴 예정이던 이날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처음 공식적으로 마주앉을 자리였다. 예정시각을 불과 10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의 한밤 일방적 통보로 회담이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북한이 내건 회담 취소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모든 노력과 선의에 한국과 미국이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했다고 주장했지만,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이 훈련은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공표돼 있었고, 이미 지난 11일 시작됐다.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던 15일 오전에 '16일 회담' 개최를 제의했던 북한이 15시간도 지나지 않아 돌연 무기 연기를 통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 훈련을 문제 삼았다면 회담 제의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실제로 이번 회담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북한이 회담 연기를 결정한 다른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이 명분상으로는 한미 훈련에 반발하면서 신년사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되던 남북관계에 속도 조절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담판을 앞두고 미국을 겨냥한 우회적 기 싸움 성격도 있을 수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저서에서 자신들의 소위 '최고 존엄'을 거론하고 국회에서 강연과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한 내용에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를 떠나 북한이 회담이나 행사 직전 이를 취소하거나 주요사안의 의사결정을 일방통보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현 국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일방 연기에 이어 미국을 겨냥한 경고 담화를 내놓은 것은 일련의 조치가 조율된 가운데 나온 것임을 의미한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 재고려까지 거론해 우려스러운 점이 없진 않지만, 판을 깨자는 것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 담판을 앞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공세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북한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정세가 춤을 출 필요는 없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까지 수많은 예측하지 못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운전대를 잡은 우리 정부의 치밀하고 차분한 대응이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에는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이 설치돼 있다. 대화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해 핫라인 가동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위협적이거나 돌발적 행동을 더는 말아야 한다. 만일 협상에서 더 얻기 위해 전술적 측면에서 강경 모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 계산법은 틀릴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지금까지 온 국면은 언제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가장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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