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에콰도르 정부가 런던 주재 자국 대사관에 피신생활 중인 줄리언 어산지를 위한 비밀 공작활동에 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어산지는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자 신분으로 은신해 왔다.
이후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은밀히 감시하는데 500만 달러(한화 약 54억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퍼레이션 게스트(Operation Guest)'란 이름이 붙었다가 추후 '오퍼레이션 호텔(Operation Hotel)'로 변경된 첩보활동은 당시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리카르도 파티노 외무장관에 의해 승인됐다.
가디언은 에콰도르 정부가 국가정보부(Senain) 예산을 활용해 어산지가 머무른 대사관 내 CCTV를 설치하는 한편, 보안회사를 고용해 대사관 내 모든 활동을 은밀히 기록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당시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 역시 보안회사 고용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안회사는 어산지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대사관 직원과 외부 방문자들까지 상세히 기록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가 영국 정부에 체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를 외교차량에 태워 빼돌리거나 에콰도르의 유엔 주재 대표에 임명해 외교적 면책특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산지는 점점 더 에콰도르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가디언은 어산지가 대사관 내에서 위성 인터넷 접근 권한을 갖게 되면서 대사관 방화벽을 뚫고 들어가 직원들의 대화를 엿보는 등의 행위를 했고, 보안회사는 이를 에콰도르 정부에 알렸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가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을 비난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자 지난 3월 어산지가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차단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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